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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행/프랑스 서부

푸아티에 근처의 작은 시골마을, 성-루(Saint-Loup-Lemairé)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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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티에에서 어학을 하던 중, 운 좋게 외국인 어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었다. 푸아티에 근처 시골에 사는 몇몇 가족들에게 초대받아서 그곳에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마을도 소개받는, 프랑스 현지 문화를 제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1년에 딱 한번 신청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들에게 너무 많은 학생들이 가면 부담되니 신청서를 작성하는 학생들 중에 가족들이 맘에 드는 학생들 20명 정도를 골라서 초대받는 식이었다. 어학원에서 신청서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이름, 출신 국가와 간단한 자기소개, 취미, 관심사를 적는 칸이 있었다. (마치 라잌 오디션...) 솔직히 나는 그다지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고, 성격상 초대받아봤자 데면데면하게 굴면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게 뻔했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 신청해보기로 했다. 뽑힌 사람들에게만 연락이 왔는데, 내 어학 동기인 언니에게는 연락이 왔고 나에게는 오지 않아서 살짝 상처받았다^^ 그런데 며칠 뒤 가기로 했던 학생 몇이 프로그램을 취소한 모양인지, 거의 가기 이틀 전인지 하루 전인지 아무튼 직전에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래서 가기로 했다ㅋㅋㅋㅋ야호

마을로 향하는 버스 티켓을 각자 예약을 하고, 버스터미널에 출발 시간을 맞춰 삼삼오오 모였다.

 

우리가 가는 장소는 Saint-Loup 성 루라는 시골 마을이었다. Loup은 늑대라는 뜻이라서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시청 앞에는 늑대 동상이 있었다.

 

 

 

큰 도시들의 삐까뻔쩍한 시청만 보다가 이렇게 소박하고 귀여운 시청을 보니 신기했다.

 

 

그런데 마을도 시골이고.. 이정도면 시장이 아니라 이장, 읍장, 동장... 이런 거 아닐지... 그런데 문 명패에 위풍당당하게 "Mairie(시청)"이라고 쓰여있는데 그냥 한 장소를 지도하는 사람이 일하는 사무실이면 다 Mairie라고 하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네이버 프랑스어 사전에 쳐보니 단순히 시청뿐만 아니라 읍사무소, 면사무소, 구청 같은 곳도 메히라고 부르나 보다. 그럼 여긴 면사무소 정도 되려나...!

 

 

 

동상도 소박한 사이즈. 그래도 늑대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진다!

 

 

일단 다같이 도착해서 면사무소를 둘러봤다. 그럼 면사무소면 동장인가? 동장님이 나와서 건물 설명도 해주셨다. 설명해주시는 곳에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 사진이 쭉 걸려있었다. 그러고 난 뒤 우리는 각자 우리와 함께 지낼 가족들을 만나 서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갈라져서 헤어질 줄 알았는데, 다 같이 모여서 짧은 마을 투어를 시작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던 성당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마을의 성당이었다. 작지만 대성당에 맞먹는 급의 커다란 오르간도 있었다. 연주되는 걸 들었는데 소리가 엄청나게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스테인글라스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스테인글라스에는 종교적인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저런 조각보 같은 아기자기한 스테인글라스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햇빛에 비친 글라스 빛이 색색깔로 갈라져서 벽에 투영되는 게 정말로 예뻤다.

 

 

벽에 얼굴이... 건물을 지켜주는 토템같은걸까...

 

귀여운 여우 손잡이

 

 

건물이 모두 옛날부터 부수지 않고 보존된 것들이라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벽에 누구 가문의 집인지 써있는 돌 패도 걸려있고, 위에 사진들처럼 저렇게 의미를 알 수 없는 얼굴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을의 역대 강수량을 기록해둔 철판이었다.

 

 

 

1961년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건물에도 체크되어있는 강수량

 

특별히 해발이 낮은 마을도 아닌데 이렇게 홍수때문에 물이 불어나서 이렇게 마을에 물이 들어찬 적이 몇 번 있었던 모양이다. 뭐 이 마을만 유독 그런 건지 뭔지 분명 설명을 해주셨던 것 같은데... 멀리서 설명해주셔서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이해도 못했다. ㅎㅎ

아무튼 체크표시를 보면 비교적 최근 (2011년)에도 물이 불어나서 피해를 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마을의 집을 높이 짓는다던지, 제방이 높이 쌓여있다던지 다음 피해를 대비한 장치나 대책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여긴 육지 한가운데 마을이고 강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고 시골 개울물 수준이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물이 불어난 건지 미스터리다. 근데 자연재해에 그다지 대책 안 하는 건 프랑스 특징인 것 같기도... 태풍이 심하거나 폭우, 폭설이 전반적으로 심한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그래도 2018년에 폭설이 왔을 때 파리마저 교통이 마비된 걸 보면 만약을 대비해서 제설 도구나 장치를 준비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여튼 이해가 되다가도 이해할 수 없는 나라 프랑스.

 

마을은 정말 시골의 정취가 그래로 남아있는 곳이었다. 매년 예술가들이 모여서 다같이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연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마을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우리를 맡아줄 가족을 각자 찾아서 인사를 한뒤 다른 친구들과 헤어졌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아주 친절했다. 또 점심으로 프랑스 가정식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이때 처음 카프레제와 참치 아보카도를 맛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지금도 둘 다 가끔 먹고 싶으면 스스로 해 먹는다. 거기에 파테가 발려진 바게트와 핑거 푸드들을 먹고 메인으로 오븐에 구운 통닭까지 정말 배 터지게 먹었다. 와인과 로제도 마셨는데 난 알쓰라서 술이 올라 죽는 줄 알았다. 그 뒤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차를 타고 갤러리에 구경하러 갔다.

나름 큰 갤러리에 이곳 성-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나는 소머리 조각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 뒤로 좀더 마을 구경을 하다가 저녁에 다른 친구들이 머무는 가족의 집에 가서 피자파티를 열었는데 식사를 거의 네 시간 넘게 한 것 같았다... 극 INFP인 나는 두 시간 전부터 사회성이 고갈되어서 나중에는 제발 헤어져서 편하게 자고 싶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침대에서 꿀잠을 잔 다음날에 우리는 다 같이 승마체험을 하러 갔다. 솔직히 말은 예전에 제주도에 가족여행을 가서 타본 게 전부여서 좀 졸았는데, 막상 타보니 높아서 좀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내 앞 뒤로 말을 타고 한 바퀴 다 같이 돌았다. 나중에는 내려서 직접 말고삐를 쥐고 같이 걸었는데 그게 더 즐거웠다. 머리는 승마용 모자에 이리저리 쏠리고 눌려서 개판이었지만...ㅋㅋㅋㅋ

 

이다음에는 마을 강 쪽에 있는 큰 천막에 다 같이 모여서 각자 나라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손재주도 없고... 그래서 내 기억상, 날 초대해준 주인아주머니에게 유자차를 드린 게 다였던 걸로 기억한다. 음식들은 맛있었다. 진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다 총집합했다! 어학원 친구들이 중국, 홍콩, 일본, 이란, 아프리카(아프리카가 대륙인 건 알고 있는데 그 친구 나라 이름은 기억이 안 나서... 미안해!) 등등 다양한 음식을 을 조금씩 맛볼 수 있었다. 나랑 같이 온 한국 언니는 볶음밥을 준비했었다. (근데 확실한 기억은 아니다. 근데 뭔가 준비했던 것 같은데...) 이때도 천막 안쪽에 여러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면서 거진 2-3시간 넘게 식사시간을 가졌다.

 

 

 

 

 

 

그다음에는 마을에 열린 장터로 이동했다. 채소, 과일, 수제 꿀, 잼, 음식 등등 다양한 물건들과 먹거리를 많이 팔고 계셨다. 난 한국에서 초록색 주황색 동그란 호박만 보다가 저렇게 다양한 호박은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하얀색 호박은 정말로 처음 봤다. 두 번째 사진은 곤충집이다. 환경을 위해서 곤충이 있을 만한 곳을 마련해준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발을 네 개 이상 가진 생명체들은 자벌레랑 나비, 벌 빼고는 극혐 하는 터라... 곤충을 사랑하는 마음은 응원하지만 집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 세 번째 사진은 꽈리 열매다. 시식을 해볼 수 있었는데,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지만, 내 입에는 정말 맛있었다. 아마 고수 같은 향나는 허브를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꽈리 열매도 좋아할 것이다. 식감은 좀.. 미끈미끈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까지 이질적이진 않았다. 마트에서도 종종 파는 터라, 보일 때마다 사 먹었다. 

 

 

눈이 살짝 돌아서 밤에는 칼질하고 다닐것같은 허수아비...

 

장터 곳곳에 허수아비들이 많았다. 현금이 있으면 특산물 잼이나 꿀을 좀 샀을 텐데, 사진을 보다시피 정말 몸만 갔던 터라... 조금 아쉬웠다.

 

 

 

 

 

이후에 이동해서 모든 친구들과 우리를 도와준 가족분들을 다시 만났다. 공원과 성이 있는 곳으로, 성은 닫혀 있어 들어갈 수 없었지만 성 앞에 있는 정원과 호수가 정말 아름다웠다.

모두와 인사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은뒤, 각자 헤어져 다시 차를 타고 버스 터미널 근처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신 아주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푸아티에로 돌아갔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바지는 그렇다쳐도 나 이틀 동안 똑같은 윗도리 입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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