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학교 작업 때문에 찾아본 메츠의 드래곤 그라울리에 대한 정보 간단 정리.
그라울리는 3세기부터 기록되어온 상상 속 동물로,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뱀의 형상을 한 괴물이다. 드래곤이라고는 하지만, 기독교에서 뱀의 상징 자체가 부정적이다 보니 나쁜 역할에 뱀의 생김새를 부여했었고, 그것이 발전하여 드래곤이라는 형상까지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성경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라울리가 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보통 구전으로 전해져 왔고 기록이 남았다면 종교서적일 게 분명하니 아마 성경에 나올 것 같다.)
전설에 따르면 성 베드로가 종교 전파를 위해 성 클레멘트를 보낸다. (성 클레멘트는 메츠의 첫 번째 주교라고 한다.) 하지만 원형 극장에 살고 있던 나쁜 드래곤 그라울리는 독 연기를 내뿜어서 성 클레멘트의 접근을 막는다. 그러자 성 클레멘트는 원형극장으로 가서 미사를 드리고 영성체를 마친 뒤 십자가로 그라울리를 굴복시킨다. (그라울리 너무 약하다???) 그런 뒤 그의 가장 큰 에테르*로 그라울리를 묶어 실레 강가로 데려간다. 성 클레멘트는 그곳에서 그라울리에게 모든 죄를 가지고 메츠를 떠나라고 명령했으며, 그 뒤로 메츠에서 그라울리는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 뒤로 매년 그라울리 퇴치를 축하하는 행진과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다른 사이트의 정보에 따르면 성 클레멘트가 메츠에 살고 있는 사악한 존재인 그라울리의 이야기를 듣고 퇴치를 하러 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메츠에 원형경기장을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어서 한 번 찾아봤더니, 정말 실제로 존재했던 장소인지 좀 헷갈린다. 전설의 해석을 보니 그라울리는 이도교 숭배 집단을 상징하고, 그라울리 퇴치는 그 이도교 집단을 없애버린 기독교의 활동을 말하는 듯하다. (노트르담의 파리가 생각난다.) 또한 당시 메츠는 로마로부터 지배를 받고 있어 기독교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원형 경기장을 허물고 그 위에 교회를 지었다고 하는데... 당시에 기독교로부터 이도교 야만인 취급을 받던 로마인들의 흔적을 지우고 그 위에 종교적인 건물을 짓는 일은 기독교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로 원형경기장이 있었다는 거야, 아니면 전설 때문에 생긴 장소인 거야? 좀 더 찾아보니 원형 경기장은 도시 앞에 위치해 있었다는데...
찾았다!
저 왼쪽에 동그란 장소가 원형 경기장이다. 워낙 옛날 그림이라서 현재 도시가 훨씬 커진 것을 감안하면 시내 기준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뭐 전설에 따르면 기독교가 로마의 흔적을 지우려 없애버렸다고 하니 지금은 흔적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인 건축물이라면 흔적이라도 조금은 남았겠지 싶어서 찾아보니, 기록이 남아있었다. 위키피디아의 정보에 따르면 일단 3세기 후반까지는 원형경기장이 존재했었고, 경기장 주변으로 교외가 발달되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도시 성벽 건설을 위해 경기장의 벽돌을 사용하면서 점차 파괴되었다. 1995년에는 원형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의 흔적이 기차역 주차장에서 발굴되었다. 현재 메츠 쇼핑몰 뮤즈와 퐁피두 센터가 있는 자리에 건물의 흔적과 유물들이 많이 발견되어 이곳이 원형 경기장 자리가 아니었나 추측했다는데, 유물들과 원형경기장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흠.. 기차역이랑 퐁피두 센터랑 도보로 10분 거리라서 그럴 듯한데, 아니었다니 아쉽다. 좀 더 찾아보았지만 정확한 원형경기장의 자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아무튼 옛날 전설이다 보니 자세한 이야기는 누락된 몇 줄짜리 이야기로 남아있지만, 십자가로 바로 제압되었다니 그렇게 강력하고 나쁜 악당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치열한 데스메치 끝에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아니고, 꽁꽁 묶힌 채 강가로 끌려가 '불태워질래, 아니면 이 도시에서 떠날래?'라는 성 클레멘트의 협박 권유에 순순히 떠났다고 하니... 약간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현재는 도시의 마스코트로 사용되고 있으니. 쫓아놓고 마스코트로 써먹는 건 무슨 심보야. 멀리멀리 도망간 그라울리가 지금 상황을 알면 더 억울할지도?
*에테르(étole)-영대, 스톨라라고도 불리는 신부가 입는 옷 위를 장식하는 기다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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