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이나 파리에 비하면 작지만, 푸아티에보다는 확실히 큰 도시, 메츠다*. 나는 도시의 규모를 따질 때 두 가지 기준이 있다.
1.KFC가 시내에 있는가?
2. 스타벅스 매장은 몇 개나 있는지?
숫자에 약하기 때문에 인구수나 면적은 해당사항에 넣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건 비교하기 귀찮다. KFC는 뜬금없겠지만, 의외로 나름 큰 도시들 조차 KFC는 버스나 차를 타고 한참 나가야 있는 시내 외곽 고속도로에 위치해 있다. 뿌띠에 살 때는 케엪씨가 당기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먹으러 가야 했고, 메츠는 남자 친구 어머니의 차를 얻어 타고 가서 딱 한번 들러서 먹었다. 배달을 시킬 수는 있지만 배달비가 부담스러워서 한 번도 시켜먹어보지 않았다. 리옹이나 파리쯤은 돼야 시내에서 KFC 치킨과 버거를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는 내가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카페인이 몸에 잘 안 받을뿐더러 스벅을 일상적으로 사 마실만한 금전적 여유 따위는 없다. 차라리 너무 졸리지만 작업을 해야 할 때는 한국에서 한 박스 쟁여온 믹스커피를 타마시는 걸 좋아한다. 믹스커피는.. 국밥의 소울과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너무 좋아! 아무튼 스타벅스가 푸아티에에 없었기 때문에 메츠에 스벅이 두 개나 있다는 걸 알고 '헐! 메츠는 스벅이 두 개나 있어! 역시 큰 도시 수준!' 하면서 놀랐었다... 엄마가 프랑스 촌년이라고 놀릴 때마다 그래도 메츠에는 스벅 두 개나 있다고 촌 아니라고 우긴다ㅋㅋㅋ
아무튼 비록 케엪씨는 시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스벅이 두 개나 있으며 1층 규모의 대형 쇼핑몰과 퐁피두 미술관이 있는, 나름 중소도시 메츠를 소개한다!
메츠는 비교적 파리와 가까운 도시로, 기차를 타고 빠르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 안에 도착한다. 독일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차가 있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독일로 넘어가서 장을 본다. 독일이 프랑스보다 식료품과 담배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독일과 룩셈부르크는 금방 넘어갈 수 있다. 파리와 가깝고 옆 나라로도 금방 넘어갈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입지의 도시다.
겨울 날씨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춥지 않다. 이번 겨울도 무리 없이 코트를 입으면서 나고 있다. 눈다운 눈도 한번 못 맞아봤다... 그건 좀 슬프지만. 그리고 오후 다섯 시면 벌써 깜깜해져서, 겨울은 좀 우울한 분위기이긴 하다. 비타민D를 꼭꼭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덕분에 그런 음울함을 지울 수 있다. 아,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열심히 챙기는 건가! 메츠는 크리스마스 큰 마켓이 세-네 개 들어서는 편이다. 성당 앞에는 엄청 큰 관람차가, 시내 한가운데 광장에는 스케이트장과 아기자기한 놀이기구가 들어선다. 음식과 기념품들은 기본이다. 마켓뿐만 아니라 시내 길거리 곳곳에도 추로스와 와플가게가 들어선다. 이런 시즌에는 길을 걸으면 저절로 입이 궁금해진다.
여름은 유럽 특성상 햇빛이 엄청 쨍쨍하고 뜨겁다. 하지만 나는 유럽의 여름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많이 덥지만 바캉스 시즌이기 때문에 활기와 여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지고, 메츠 호수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잔디밭에 앉아서 먹는 건 정말 행복 그 자체다. 더운 게 한풀 꺾이는 9월 즈음에는 밖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필수다.
시내에 있을 건 다 있다. 레스토랑이며 대형마트, 옷가게, 소품 가게 등등 다 있다. 한인 식당은 딱 하나 있는데 점심시간에 가는 걸 추천한다. 불판에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다. 작은 영화관도 있기는 한데 자국영화나 인디영화, 예술영화를 위주로 상영한다. 최신 영화를 보고 싶으면 버스를 십 분 정도 타고 Kinepolis(키네폴리스)라는 큰 영화관을 가야 한다.
(*2023년 상반기 업데이트-기차역 가까이 있는 대형쇼핑몰 Muse 바로 옆에 영화관이 새로 생겼다!)
시설은 나쁘지 않다. 그 옆에 볼링장과 게임장이 있으니 날 잡아서 놀러 가면 엄청 재미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남자 친구랑, 남자 친구가 아는 친구 커플과 더블데이트로 그 근처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볼링도 치고 당구도 치고, 게임도 하고 엄청 재미있었다. 강추 강추
또 현대 미술관도 두 개 있다. Frac(프학)과 Musée de la cour d'or(뮤제 드 라 꾸흐 도흐)인데, 프학은 현대미술 위주이고, 2번째 뮤제는 메츠 현지에서 발굴된 오래된 미술품과 조각들을 시대별로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건물 자체가 옛날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현대적으로 개조를 했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아름다운 편이니 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시내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기차역이 나오는데 기차역 근처에 큰 퐁피두 미술관과 뮤즈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퐁피두 미술관? 그건 파리에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그 파리에 있는 퐁피두와 연계되어있는 미술관이다. 여기도 굉장히 흥미롭고 미술학도라면 도움이 될만한 전시를 많이 한다. 의외로 오래된 미술품도 있는데 이게 진품인지 잘 모르겠다... 너네 루브르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 있니? 싶은 작품들이 좀 있어서.. 잠깐 이사 온건가? 잘 모르겠다.
시내에는 도서관도 있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다. 학교에 예술서적이 워낙 잘 구비되어있어서 가볼 생각도 못했다. 뿌띠같이 큰 메디아 테크 수준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직접 가보고 추가하겠다.
(*2023년 상반기 업데이트-메츠 시내와 외곽에 꽤 큰 규모의 도서관이 세군데 있는데, 세군데 모두 연동이 되어서 A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B도서관에 반납이 가능하거나, C도서관이 멀어서 가지 못하는 경우 해당 도서관만 있는 도서 열람을 신청해서 A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다. 학생이면 무료로 도서카드를 만들 수 있고, 사이트에 있는 자료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메츠 대학교는 시내에 약간 떨어진 섬에 있다. 섬이라고 하니 배 타고 가야 하나 싶지만, 지리상 섬으로 분류되는 것뿐이고 그냥 걸어서 갈 수 있다. 캠퍼스 몇 번 가봤는데 진-짜 넓다. 예전에 학생들한테 무료로 식료품을 나눠준다고 해서 '공짜! 반드시 가야 해!'라고 외치면서 갔는데 캠퍼스 너무너무 넓어서 엄청 헤맸었다. 이쪽 대학교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딱히 정보도 없어서 어떤 전공이 강세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름에는 메츠 대학교와 미대 뒷편(시내 광장 정원-호수쪽) 사이에 흐르는 강을 오다니며 사람들을 태워주고 내려주는 작은 배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미대는 규모가 훨씬 작다**. 대학교에 비하면 정말 단독주택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Arsenal이라는 음악 공연장 뒤편에 있다. (미대에 대해서는 내가 지원했다 떨어졌던 다른 미대를 포함하여 더 자세히 따로 포스팅할 예정.) 시내 광장 바로 옆에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들인 이 정도이다. 나중에 또 떠오르는 정보들,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면 추가할 예정!
*현지 발음으로는 메스라고 해야 한다.
**일반 대학교와 미대는 아예 소속된 행정처 자체가 다르다. 대학교는 교육부 소속이고, 미대, 음대 등 예체능 관련 대학은 문화부 산하에 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등록금을 아무리 올려도, 문화부가 거절하면 미대는 등록금이 오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정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등록금을 거의 10배-20배가량 올렸는데, 문화부는 그런 정부 방침을 거부했기에 다행히 미대 등록금은 예전 그대로이다. 물론 학교 재량에 따라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올린 학교 딱 하나 봤다. (사립 미대 제외. 거긴 원래 학비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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