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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생의 삶/나만의대나무숲

위즐리네 집에서 보낸 주말 + 프랑스 생일 파티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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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부모님의 절친한 친구부부 집에 초대를 받았다.

 

남자친구가 몇 주전부터 엄마 친구분 집에서

크게 남편 분의 생일 파티가 있을거라고,

너가 가도 상관 없으니 같이 가자! 라고 말하긴 했었다.

 

하지만 나는 사회력도 없고 남친 부모님의 친구...?

게다가 일면식도 없는 아저씨의 생일파티...???

 

 

 

내가 거길 왜 가...?

잘 다녀와...

하고 몇 번은 거절함...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친구 부부께서 워낙 인싸시고

아저씨의 탄생 50주년 파티라

아주머니가 깜짝파티로 아주 성대하게 준비할 예정이라서

초대객들도 굉장히 많다고, 상관 없다는 것이다.

 

가족+남자친구+나=끝

이 조합은 세상 어색하고 남친은 이미 친한 아저씨 아줌마라

상관 없지만 나는 모난 돌 처럼 삐죽 옆에서 튀어나와 있겠지만,

가족+(남자친구+나)+직장동료+자식의 애인들+친척들+기타등등

이면 나도 숲 속의 나무 한그루 처럼 묻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오케이 함. 그리고 생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기차표도 남자친구가 자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사줌 케케

(대신 파리 한식집에서 내가 밥 쏨)

 

아무튼 그렇게 금요일 저녁에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갔다.

그분들은 파리에서 살짝 외곽에 살고계셔서

지하철을 타야했지만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가 직접 차를 끌고 마중나와주심.

 

그렇게 집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세상에 이게 뭐람

집도 가족 조합도 뭔가 위즐리네 집이 떠올랐다.

 

집은 길쭉한 3층집인데, 집 자체는 좀 낡아서

집에 기본적으로 딸려있는 설비는 낡은 편이었지만

워낙 파티를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가족이라 그런지

고전게임이 백개 넘게 들어있는 커다란 오락기에,

대형 모니터 티비, 오락실에 가야 볼 수 있는 커다란 농구 게임기에

등등 최신 설비들이 구비되어있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부엌 냉장고랑 벽에 정말

벽이 무슨 타일인지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빽빽하게 여행다녀오면서 사온 듯한 기념엽서나

자석이 잔뜩 붙어있었다...!

그리고 2층에서 3층 다락으로 올라가는 한가운데에

샤워실이 있었다. (???)

2층에서 샤워실로 들어가서 반대편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꽤 넓은 다락방이 나온다.

나랑 남친은 그 다락방 방에서 지냈음.

 

집 앞 마당은 꽤 넓은데 대가족이 사는 집 답게

대량으로 구매한 생필품들이 한 쪽에 쌓여있고,

다른 한쪽에는 안 쓰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둔 창고같은 곳이 있었다.

그리고 마당 구석에 다른 작은 창고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마 냉장고가 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암탉도 두 마리 키우고 계셨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천막이 있고 그 밑에

쇼파, 탁자 등등이 놓여있어서 다같이 밖에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귀여운 노랑냥이 스타틱과 사진은 못 찍었지만

다른 카오스 냥이 양말이(쇼쎄뜨)도 있었다.

 

스타틱은 통계(스타티스틱)을 따왔다는데 그럼

한국식으로 통이 쯤 되려나.

암튼 스타틱은 약간 또라이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쓰다듬어지는걸 좋아해서 자꾸 남친한테

와서 보채다가 쓰다듬어주면 갑자기 다른 자아가 튀어나와서

활퀴고 도망감... 이중인격자 캣임.

그래서 다들 스타틱을 무서워했다^^

 

쇼쎄뜨는 모든 발이랑 발목에 흰 양말을 

신고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여줬다고 했다.

보통 집 밖 마당에서 놀고 좀 조용하고 수줍은 편이라

주말 내내 지내면서 두~세번 밖에 못 봤다.

 

결정적으로 위즐리네 가족 같다고 느낀 이유는

자식이 다섯 명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큰 장남이 성인이고, 제일 막내인 여자아이는

초등학생이라서 정말,,, 위즐리네 집이 잖아...?

 

암튼 토요일 저녁에 깜짝 생일 파티가 있다보니

아저씨 앞에서 우리는 계속 토요일 저녁에

파리에 가서 방탈출 게임을 다 같이 할거라고 구라를 쳤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에 오는데

아저씨가 본인 생일 파티인걸 모를 수가 있나...

하고 의문을 품었는데 남친말에 따르면 아주머니가

다른 지인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고 거짓말 했다고 한다.

 

깜짝 생일 파티를 기다리는 도중에 동네에서 체스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에 셋째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해서

잠깐 구경도 하러갔다.

 

 

 

 

어린이용 자리랑 성인용 자리가 따로 있었다.

귀여운 애기들이 엄청 진중하게 체스를 두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저 옆에 탁 탁 치는 시계같은거? 저거

자기 수를 둘 때마다 치는 게 왠지 간지났다.

 

결국 오후에 나도 셋째랑 남자친구한테 체스 배웠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렇게 체스 대회를 구경하고 나서

생일 파티 하는 장소로 향했다.

너무 본격적이라 깜짝 놀랐는데,

규모가 꽤 큰 파티장에 간식, 음료가 사방에 놓여있고

풍선 장식에, 모두가 같이 입을 기념 반팔티에 사진기사까지

고용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서로 이름 이야기하면서 

비주 했는데 코로나 덕에 안한 비주 3년치를

이 때 다한듯...

 

 

봉쥬르... 봉쥬르... (사회성 있는 척 해!!! 사회성 있는 척 하라고!!!)

 

 

파티장 한 쪽에 마련되어있는 옷장에 옷을 걸어두고

비주를 잔뜩하고, 남자친구의 형과 그의 귀여운 아기와

인사하고 놀다보니 어느새 곧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다! 아주머니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분이

사회자를 맡았는데 그분의 주도 하에 우리는

다같이 맞춤 반팔티를 입고 서프라이즈~~!

외친 다음 아저씨의 생애에 대해 작사 작곡된

음악을 함께 열창했다.

다행히 가사가 적힌 종이를 나눠줘서 나도 잘 부를 수 있었음.

 

생일파티 이벤트는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내가 프랑스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었다...!

 

~탄생 50주년 깜짝 생일 파티 기념 프로그램~

 

1. 아저씨가 오면 서프라이즈~! 하고 노래 불러줌

 

2. 다같이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춤추기

 

3. 그러다가 지칠 때 즈음 다른 종류 음식이 더 나옴

 

4. 먹고 기운내서 놀다가 아저씨를 위해 작사된 다른 노래를 부름.

아저씨는 가라오케로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도 부름

 

5. 갑자기 피자가 몇 십 판이 줄줄 들어옴. 파티장 옆 방에서 피자파티

 

6. 그러다가 아저씨의 친구+친척들이 쇼를 펼침

-남자 넷이서 폭탄머리 파마에 빨간 립스틱 바르고 립싱크

-아주머니들이랑 아저씨들이 그 바람넣어서 빵빵하게 부풀리는 코스튬?

그건데 코스튬이 핑크색 비키니를 입은 컨셉인... 그런 옷을 입고 립싱크 쇼

진짜 웃겼다ㅋㅋㅋㅋ

 

7. 그러고 아저씨의 여동생 분이 아저씨의 어린시절부터 성인까지 사진을

쭉 모아서 슬라이드 만든 것을 같이 봄.

아저씨랑 아저씨의 아버지 부연설명도 곁들여짐.

 

8. 다시 피자가 몇 십 판 더 들어옴. 다시 피자 파티

 

9. 본격적으로(???) 댄스 파티 타임 먹고 춤추고 지치면 피자방에서 쉬다가

다시 파티장으로 복귀 반복

 

10. 디저트 타임(???그럼 여태 먹은 건 다 뭐야)

+아저씨 생일노래 부르고 거대한 케이크 초 끄기

 

11. 선물 개봉 타임

 

12. 아저씨와 아저씨 친구들의 립싱크 쇼

+다시 댄스 타임

 

13. 기념사진

 

14. 끝없는 댄스 타임....

 

 

 

 

파티를 저녁 일곱시 쯤에 시작했는데

기념사진까지 찍을 때 즈음엔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나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보다 젊지만

체력적으로 저질인 나와 남자친구는 이 때 쯤 되니 정말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단체 사진 찍으면 좀 정리하는 분위기려나~ 했는데

이 프랑스인들은 지치지도 않고 댄스 타임을 이어갔다!!!

(남자친구 형과 애기는 일찍 돌아감.)

 

결국 우리는 GG치고 아주머니랑 아저씨한테 인사를 하고

열쇠를 받아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둘 다 이 닦고 뻗음.

 

그리고 다음날 11시쯤 일어나서 아줌마 아저씨한테

어제 몇 시에 들어오셨냐고 여쭤보니

댄스타임 늦게까지 하고 뒷정리까지 하고 거의

새벽 다섯시에 주무셨다고...

 

그렇게 잠깐 주무시고도 펄펄 돌아다니시면서

생일날 못 왔다고 집에 들른 손님들이랑 거의

밤 11시까지 마당에서 놀고 마심... 와우....

 

 

 

암튼 생일 축하해요 아저씨~~

 

 

 

+참고로 나는 금요일에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야해서

남자친구가 내 짐을 기차역까지 챙겨오기로 함.

그래서 일부러 짐도 진짜 간단하게 챙겼는데

(옷 세벌+치약칫솔+큰 봉투에 기초/색조/헤어브러쉬 몰빵)

요놈이 내가 침대에 올려둔 옷이랑 칫솔치약만 홀랑 챙기고

가장 중요한!!!! 화장품 봉지를 두고 온 것^^

 

화장 제대로 하는 편은 아니지만

톤 정리용 선크림이랑 립은 바른다고...

그것도 다 없는데 그나마 내가 책가방에 챙겨둔

립밤(색 있는 것도 아니고 바르면 피부 온도 때문에

아주 조금 분홍색으로 변함)으로 버텼다.

덕분에 남에 생일 파티에 완전 생얼로 참석함

고맙다 요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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