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게 특출 나게 작은 편도 아닌데 (154cm)
충격적인 일이다. 다리 길이도 신체 비율로 따지면 평범하고!
(울 엄마는 어릴 때부터 나 다리 길다고 함!!! 우쒸!!!)
그리고 나 자전거 못타는 사람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 자전거로 5일동안 서울-부산 종주도 함...
종주를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한 달 넘게 등교도 함...
고덕역에서 아차산역까지...
이번에 이사를 시내+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되었다.
걸어서 20분 쯤. 묘하게 버스 타기에 아까운 거리인 데다가
때마침 갱신해야 하는 1년짜리 버스 정기권을 갱신하기 돈이 아까웠다.
'차라리 자전거를 타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봉꾸앙 (프랑스의 당근)에 들어가서
자전거를 찾아봤고 내가 좋아하는 색깔에 가격도 35유로로
파격적인 자전거를 냉큼 샀다.
핑크색 자물쇠도 사고 악씨옹 (프랑스의 다이소)에 가서
싼마이 에어 펌프도 사서 공기도 다시 빵빵하게 잘 채우고
아마존에서 튼튼하고 가성비 좋은 바구니도 샀다.
(이 바구니 사는 게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음.
세 번째로 재주문해서 겨우 받음 에휴)
그런데 프랑스에서 자전거 타는 룰을 잘 몰라서 좀 두려웠고
학교-집 자전거 길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시뮬레이션도 돌리고
인터넷으로 자전거 룰도 찾아보면서 어쩌다 보니
남자친구 집에 모셔두고 거의 3주를 방치함...
(바구니 기다린다는 핑계)
겨우 집으로 데려와서는 연습을 한 번쯤하고
타야 한다는 핑계로 일주일을 더 미뤘다.
어느 날 아침 등교하러 건물을 나서는 길에,
이대로는 절대로 자전거 못 타겠다!라는 생각에
패기 있게 건물 지하 자전거 보관소에 박아둔 내 소듕한 자전거를
겁나 힘들게 꺼내옴. (보관소랑 바깥을 이어주는 문이 겁나게 불편함..)
아무튼 패기있게 타보려고 하는데 다리를 올린 순간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안장도 제일 낮게 해 놨는데, 자전거에 안착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발도 떠서 중심도 잡기 힘들고...
오랜만에 타서 그럴 거라는 생각에 위태위태하게
자전거를 몰았는데 진짜 50미터도 안 가서 넘어졌다.
중심을 못 잡아서 기우뚱했고 (이것도 내 신체보다 자전거가 좀 높아서 그런 듯)
한쪽 다리로 땅을 딛어야 하는데 웬걸 다리를 쭉 뻗어도 허공을 맴도는 것이다...
결국 중심을 못 잡고 그렇게 넘어졌다.
제일 쪽팔린 건 건물 맞은편에서 어떤 아저씨가
차 안에서 내가 그렇게 넘어지는 걸 보고 달려와서 날 일으켜 세워준 것...
(그럼 내가 자전거랑 씨름하는 걸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는 건가ㅠㅠㅠ)
상처는 다리랑 손바닥이 약간 까진 정도로 심하지 않았지만
창피함+당황스러움에 기가 팍 죽어서
자전거를 다시 보관함에 넣어두고 학교는 지각했다...^^
슬프고 허탈한 마음에 친한 친구랑 남자친구한테 말했는데
둘 다 나를 비웃었다...
어린이 자전거 사라고 하면서...ㅠㅠㅠㅠㅠㅠㅠ야 이놈들아
아니 근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웃픈 거야
분명 죽을 때도 우스꽝스럽게 죽을 거 같다...
화장실에서 똥 누려고 힘주다 쇼크 와서 죽는다던지...
진짜 살면서 일반적인 자전거를 타는데 그 어떤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게다가 내가 무슨 엄지공주도 아니고 상당히 어이없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이 자전거는 도저히 못 타겠다는 생각에
오늘 학교 카페테리아에 자전거를 판다는 작은
공고를 붙여두었다.
사실 자전거를 탄 지 상당히 오래됐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이 객사(자동차 사고)인지라
원래 자전거 대신에 내 두 발로 굳건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수동 킥보드를 사려고 했었다.
역시 킥보드가 정답이었구나 마음을 고쳐먹고
오늘 봉꾸앙에 들어가서 수동 킥보드 매물을 검색했다.
마침 가격대비 품질이 괜찮은 킥보드를 발견해서
담주 목요일에 거래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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