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자전거를 실패한 이후로
'음 역시 인간은 두발을 땅에 딛고 살아야 안전하다!'
라는 생각에 프랑스 중고 장터인 봉꾸앙에서 꽤 합리적인 가격에
수동 킥보드를 구매했었다.
전동 킥보드는 일단 가격대가 너무 비쌌고,
예전에 한번 경험해볼 기회가 있어서 타봤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내 안에 이상한 할매 정신이 외쳤다.
'쯔쯔... 사지멀쩡한 젊은이가 그런걸 타고 다녓!!??'
암튼 각설하고, 수동 킥보드 장점부터 나열해보겠다.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
아무래도 버스를 매일 타고 다니는 가격을 계산해보니
좀 부담스러워서... 기억상 이 킥보드를 50유로? 정도 주고 산걸로 기억하는데,
(중고 매물이긴 했는데 포장박스까지 그대로 있는, 개봉만 된 신품이었다.)
그 가격만큼은 뽕뽑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타고 다녔다.
건강에 좋다. 체력을 기를 수 있다.
맨날 집구석에 처박혀 사는 쓰레기몸이다 보니,
그나마 아침 저녁으로 킥보드를 타면서 다리 근육을 쓰는게
나름 운동이 된다고 느껴졌다.
걷는 것보다는 빠르다.
자전거도 전동 킥보드도 싫은 사람한테는 역시
수동 킥보드가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걷는 것 보다 훨씬 빠르니깐, 그걸로 만족한다.
예쁘게 입고 타면 기분이 좋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사이에 존재감이 돋보인다.
여름에 사진처럼 가볍게 입고 바람을 즐기면서
킥보드를 타면 뭔가 기분이 되게 좋다.
자 이제 수동 킥보드 단점!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거리가 멀면 부담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수동 킥보드를 타면 최소 15분안에는 도착하는
학교 등하교 용으로 산거라 하나도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집에서 목적지까지 30분이 넘어가면 좀 힘들수도...?
개 뜬금없는 단차나 틈에 걸려서 크게 넘어질 수도 있다.
보통 눈에 보이는 바닥의 틈이나 단차는 보이면 피하거나,
미리 내려서 킥보드를 끌고가는데, 진짜 드물게
'아니 여기에 걸려서 넘어진다고...???' 싶은 때에 확 넘어져버린다.
아무래도 방심하다가 체중이 확 쏠려서 넘어지니까 더 드라마틱하게 넘어지는듯.
게다가 남들이 보기에 '아니 쟨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라고 한심하게 보일 것 같아서
민망함이 더 커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킥보드는 바퀴가 약하고 작을수록 더 불안정해지고,
더 많은 힘을 써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니 출퇴근-등하교용 킥보드를 산다면
꼭 바퀴가 크고 두께가 넓은, 안정적인 킥보드를 사야한다.
이런 이유로 만일 수동 킥보드로 출퇴근-등하교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미리 동선을 파악해서 킥보드를 타기에 적합한 길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워낙 길이 잘 닦여 있어서 무난하게
문제없이 잘 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프랑스는 워낙 돌길이 많아서...
집(시내 밖)->학교(시내)까지는 자전거 길도 있고
나름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데,
시내는 완전히 돌길에 사람들도 많아서 시내 안은 무조건 끌고다녀야 한다..
눈, 비가 내려서 길이 미끄러우면 타기 어렵다.
킥보드 장점 중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에 대적하는 가장 큰 단점...
프랑스 동부는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고, 한국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니,
겨울에는 정말 킥보드는 일주일에 한 번 탈 수 있을까 말까 한다.
그런 때에는 꼼짝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에 비하면 많이 느리다.
이거야 뭐 너무 뻔한 사실이어서...
-후기-
수동 킥보드는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면이 많다.
속도, 안정성 등등.
하지만 수동 킥보드는 그만의 대체불가능한 수동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시절 킥보드 타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보드의 간지에 손잡이라는 안정성을 더한게 바로 수동 킥보드라는 생각.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면 매일매일 똑같고 지겨운 등하교 길도
즐거운 놀이로 변해서 그런 부분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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