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보이스 피싱이 있는 것처럼, 프랑스는 보이스 피싱이 아닌 문자 피싱이 있다.
한국에서는 문화나 환경,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 있기에
이런 휴대폰을 통해 접근하는 피싱을 보통은 금세 알아채고 벗어날 수 있지만,
프랑스라는 낯선 땅에서 중요한 서류를 여기저기 처리할 일이 많아지고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는 곳이 생겨나면
문자로 오는 교묘한 피싱에 나도 모르게 속을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지금은 프랑스 생활이 햇수로 4년차를 넘긴 터라 문자가 오면
'으휴 돈 쉽게 벌려고 ㅈㄹ하네 피싱자식들' 하고 투덜대며
금새 내가 기다리는 문자와 피싱문자를 구별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나도 소액 피싱을 한번 당했었다.
(너무 소액이라 그냥 조금 슬퍼하고 끝났다. 10유로도 안됨...)
보통 프랑스에서 문자 피싱은 두 가지 종류다.
첫 번째 수법 : 음성 문자를 확인하라는 SMS 문자
첫 번째 피싱 문자는, 내가 잡은 약속에 대한 중요한 음성 메시지가 있다고 확인하라는 문자이다.
(내가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온다.)
솔직히 '에이 약속 잡은 적도 없는데 이거에 속으면 바보 아니야?' 라고 할 수는 있지만,
타이밍만 맞으면 순간적으로 속게되는거다...
피싱 문자도 고도의 분석으로 반드시 속게끔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한놈만 걸려라! 라는 마음가짐으로 만드는 거니까.
내가 예전에 피부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온 뒤에
내가 이 문자를 받았었다. 이때 나는 응급실에 돈을 안 내고 나와서
(응급실에 6시간 동안 갇혀있어서 나중에는 돈 따위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진찰받고 거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느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병원에서 뛰쳐나옴.)
아마 응급실에서 돈을 내는 방법을 안내해 주려고 음성 메시지가 왔나보다 했다.
왜냐하면 내가 받은 피싱 문자는 약속에 대한 말은 없이 000한테 중요한 음성 메세지가 왔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000은 모르는 이름이었고, 나는 이름을 모르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왜냐면 나를 1분밖에 진찰해주지 않은 이름 모를 의사 선생님일 수도,
내가 얼굴도 보지 못한 병원 직원 중 한 명 일 수도 있었으니까.
하여튼 나는 메시지 링크를 눌렀고, 어떤 사이트로 연결이 됐다.
거기서 버튼을 누르면 음성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번 듣는 당 1~2유로가 빠져나갔나? 그랬었다.
근데 또 문제는 뭐냐, 나는 외국인! 당연히 프랑스인이 쏼라쏼라 말하는 걸 알아들을 리 없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었다... 그래서 통장에서 메시지 들은 만큼 돈이 빠져나갔다....
내 통장은 어케 알고 이자식들이...ㅠㅠㅠ
'한놈만 걸려라'의 그 한놈이 내가 된거다.ㅎㅎㅎ
하여튼 내 경험상, 음성 메시지를 첨부한 피싱 문자는 저렇게 내용도 다양하다.
약속 문자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응급한 음성 메시지가 왔다 이런 내용도 있다.
두 번째 수법 : 택배를 확인하라는 문자
위의 문자는 '어떤 사기꾼이 니 계정으로 물건을 샀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그런데 문자 예시를 찾지는 못했지만, 저런 좀 뻔한 내용의 겁주는 메시지 말고도
'택배가 곧 도착합니다. 택배 위치 확인 / 수취 날짜 변경 / 택배 경로 확인을
이 링크를 통에 확인하세요'라는 아주 자연스럽고 뻔뻔한 문자도 온다.
나는 이런 종류의 문자를 받을 당시에는 이미 프랑스의 문자 피싱에 한번 당해서
경계심을 가진 상태였고, 또 꼭 뭐 하나 시킨 것도 없을 때 저런 문자가 와서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려나, 모르겠다.
피싱을 예방하는 법?
먼저, 정말로 상대방이 급하게 전달할 일이 있어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나도 그런 음성 메세지를 몇 번 받아봤다. 하지만 그런 경우, 내 번호로 바로 음성메시지를 보내지,
저렇게 SMS 링크로 보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중요한 소식을 기다리는 도중에
저런 링크로 음성 메시지가 와도 이건 백 프로 피싱이다.
애초에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급한 메시지를 보낼 때 수취인이 돈을 내게끔
문자를 보낼까? 이렇게 말하니 속은 내가 바보 같지만, 이게 맞는 말이다.
두 번째, 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택배 문자 피싱에는 속지 않았지만,
중요한 택배 (한국에서 오는 택배라던지, 아니면 중요한 서류를 기다리고 있다던지...)를 기다리고 있는
타이밍에 딱 저런 문자가 오면, 사실 클릭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공공기관이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는
무작위 번호로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예시)
보다시피 꺄프, 은행, 통신사, 철도회사 등은 당연히 해당 기관 이름을 달고 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또 위의 예시처럼 줌, 이브로셰나 MRELAY(택배를 집이 아니라 집 근처 지정된 가게나 호텔 등에서 픽업받는 시스템)
등 여러 브랜드나 내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쇼핑몰 등도 각자 자기 브랜드 이름을 달고 나한테 문자를 보낸다.
*독터립(DOCTOLIB)은 제외다. 만약 독터립이라고 받은 문자의 링크를 클릭하기 찝찝하다면,
컴퓨터로 직접 독터립 사이트로 들어가서 자기 계정으로 접속해서 약속 날짜를 확인하거나 변경하면 된다.
근데 독터립은 아무래도 환자가 약속 날짜를 잊지 않게 문자로 확인을 시켜주는 것이다 보니,
본인이 독터 립 약속이 있고, 그 날짜에 맞춰 확인 문자가 온 거면 문제 될 일이 없다.
또한 피싱 문자가 아니더라도 이름이 아닌 번호로 문자가 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잘 확인하도록 하자.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는 단순한 홍보/할인 혜택 문자나 확인 문자 정도지, 링크를 첨부해주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 말인즉슨 문자에 달려있는 링크를 항상 조심하라는 것!
그리고 때마침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위 예시처럼 택배 확인 문자가 왔다? 그런데 좀 수상하다?
그러면 차라리 본인이 주문한 쇼핑몰 사이트로 들어가 본인 계정을 접속해서
택배를 추적하는 걸 추천한다.
또한 위의 예시처럼 '어떤 사기꾼이 니 계정으로 뭐 주문함! 빨리 우리가 준 링크로 확인하셈!'
이라는 문자를 받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프랑스 번호를 이용해서 가입한 쇼핑몰 등을 접속해
본인 계정으로 뭔가 주문된 게 있는지 확인하거나, 은행 사이트나 어플에 접속해서
내가 모르는 돈이 빠져나간 게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저런 문자 피싱은 상대방을 순간적으로 겁먹게
해서 링크를 클릭하게 만드는 거라, 정말 말 뿐이라서 솔직히 그냥 무시해도 된다.
걱정되면 내가 말한 것처럼 본인이 가입한 사이트와 은행 내역을 확인해보면 된다.
내가 겪어본 문자피싱은 저렇게 두 가지 종류라서, 또 나도 모르는 수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자를 받았을 때 문자 내용이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걱정이 되더라도 절대로 링크를 클릭하면 안 된다.
안 그래도 프랑스 생활 이런저런 일로 신경 쓸게 많은데,
사기까지 당하면 더 슬퍼지니까... 나 같은 바보짓 하지 말라고,
오늘 피싱문자 또 한 번 받은 김에 작성해봤다.
프랑스에서 사시는 한국 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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