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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생의 삶/건강

프랑스 응급상황시 구급차는? + 응급시 필요한 회화표현 + 응급실 경험담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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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경험담 중심의 정보글이다.

 

한국은 119, 미국은 911, 프랑스는 18번이다. 너무 아프고 응급상황일 때 비슷한 욕이 나오니까 그걸로 기억하자. 

 

응급상황에서는 아프고 죽겠는데 외국이라면 더 서럽고, 무서워서 뭐라고 말해야될지 제대로 생각도 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응급상황이 오지 않는게 가장 좋겠지만, 정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몇 문장만 기억해두자.

 

Je me suis cassé.e ma jambe

                                  mon bras

(쥬 므 쒸 꺄쎄 마 줨브/ 몽 브하)

제 다리가/팔이 부러졌어요.

 

J'ai trop mal au ventre

                        à la tête.

(줴 트호 말 오 vㅓㅇ트ㅎ/아 라 떼뜨)

배가/머리가 너무 아파요.

물론 두통이나 복통이라는 단어가 있긴 한데 아픈 상황에서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직관적으로 말하자.

여기서 좀 더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면

 

Je ne peux même pas bouger.

(쥬 느 뿌 빠 부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어요.

또는

Je peux pas réspirer.

(쥬 뿌 빠 헤스삐헤)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를 덧붙여줘도 된다.

 

Je saigne beaucoup.

(쥬 센 보꾸)

피가 많이 흘러요.

 

Mon doigt est coupé. / J'ai coupé mon doigt.

(몽 드와 에 꾸뻬 / 줴 꾸뻬 몽 드와)

제 손가락이 잘렸어요. / 내가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Il/Elle a une crise cardiaque.

(일/엘 아 윈 크히즈 꺄ㅎ디아끄)

그/그녀가 심장마비에 걸렸어요.

 

Il y a l'accident de voiture.

(일 리 야 락씨덩 드 vㅘ뜌)

여기 차사고가 일어났어요.

 

이렇게 일상에서 일어날만한 응급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만한 문장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사실 응급실에 가장 가지 않는 편이 좋다. 건강해야 좋다, 이런 의미로 가지 않는 게 좋다는 뜻도 있지만, 프랑스 응급실이 정말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서 그렇다... 물론 응급실도 심각성에 따라서 조절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못 미더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프랑스에서 응급실을 딱 두 번 방문해봤다. 한번은 푸아티에에서, 한번은 메츠에서다. (그것도 바로 어제...) 두번 다 끔찍했고, 내가 아파서 치료받고 나오는 건데도 응급실을 나오는 순간 석방된 죄수의 마음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해방감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뿌아띠에에서는 얼굴 전체에 염증이 너무 심해져서 얼굴 전체에 흐르는 진물에 밥도 못 먹을 정도라서 학교 보건소 간호사가 응급실 방문증을 써줘서 방문했었고, 어제는 남자 친구가 자전거를 타다가 새끼손가락이 거의 잘리는 바람에 내가 같이 가줬었다. 

 

물론 막 교통사고가 나서 어디가 부러지고 절단 나고 죽기 직전이었다! 같은 극적이고 매우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급히 치료해야 하는 응급한 상황이기에 마땅히 응급실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응급실은 정-말 정말 정-말로 느렸다. 그날따라 운이 나빠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이유가 아니라, 그냥 느린 게 기본값이다. 정말 영원히 기다려야 한다.

 

뿌아띠에의 경우 얼굴이 정말 사람 꼴이 아니라서 (시뻘건 진흙 괴물 같았다...)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썼는데, (마스크 쓰는 시절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기실에서 사람들이 계속 쳐다봤고.. 진짜 고역이었다. 그 상태로 거의 여섯 시간을 기다렸다. 여섯 시간ㅎㅎㅎ

그마저도 의사가 오더니 진료실에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나를 사람이 없는 병원 복도 구석으로 데려가서 내 얼굴을 봐주고 나한테 처방전을 주었다. 처방전도 먹는 약, 연고 등이 아니라 프랑스 약국에서 파는 심한 여드름용? 세안제, 크림 등이었다. 물론 그걸 처방받아서 잘 낫기는 했다. 이때 병원에서 기다리느라 너무너무 지쳐서 의사가 처방전 준거받자마자 뛰쳐나왔다. 얼굴에 진물 줄줄 흐르던 와중에도 바깥공기가 얼마나 시원하던지! 내 이름 불렀는데 놓칠까 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이 따로 없었다.

 

어제는 모처럼 방학 주간이라 (프랑스는 부활절에 2주 동안 방학이다.) 느긋하게 씻지도 않고 잠옷 차림으로 작업하다가 그날 늦은 첫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집 근처인데 사고가 났으니까 빨리 와달라는 연락이었다. 진짜 너무 놀라서 가스렌지 다 끄고 잠옷 원피스 위에 바지랑 가디건만 걸치고 뛰쳐나갔다. 진짜 뛰어가면서 온갖 나쁜 상상을 다했다. 뛰어가서 보니 남자친가 이미 구급차를 불렀고 급하게 필요한 처치는 다 해둔 상태였다. (그와중에 18번 오빠들 다 왜케 키도 크고 잘생겼지 꼴깍^^;;) 들어보니까 자전거를 타다가 뭔가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중심을 잃었고,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손있는 쪽에 무슨 날카로운게 있어서 새끼손가락이 거의 잘리다싶히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얘는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갔고, 나는 자전거랑 짐을 받아서 얘네집에 갔다. 뛰쳐나가면서 챙겨온 손가방에 필요한게 다 들어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갑, 교통카드, 마스크 등등) 남자친구 집에 짐을 가져다 놓고, 지갑을 부탁하길래 방에서 지갑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가보는 병원에 갔다. 그리고 또다시 기다림의 시작... 게다가 둘 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튜브라도 보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었을 텐데...

메츠 병원 응급실은 내 기준 정말 한산해 보였다. 대기하는 다른 사람들이 열명 미만이었고, 남자 친구보다 심각해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심각해보이는 사람은 모두 들것에 실려 들어와서 바로 안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아니, 손가락이 잘렸는데 신경 어쩌고 이런 것 때문에 빨리 붙여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봐도 자기는 모른단다. 웰컴 투 프랑스라는 말만 해줬다. 나도 알아 이자식아..ㅠㅠㅠ

그래서 장장 일곱 시간을 기다렸다. 여섯 시간쯤 기다리니 드디어 간호사가 남자 친구 이름을 불렀고, 동행은 안된다고 해서 나만 또 대기실에 갇혔다. 생각보다 한참 걸리길래, '아 손가락이 심각해서 수술하는데 좀 걸리나보다'라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벽에 붙은 안내문도 세 번 더 읽고 (이미 여섯 시간 동안 열 번은 읽음) 아까 본 18번 오빠들 생각도 좀 하고 비행기 모드로 해둔 휴대폰 앨범으로 사진들 구경도 하면서(세번째 앨범 구경) 한 시간을 때우니까 드디어 남자 친구가 나왔다...

둘이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응급실을 빠져나왔는데 바깥공기를 쐬니까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느낌에 웃음이 설설 나왔다. '그래서, 너 손가락 붙였어?' 하고 물어보니 남자 친구가 씩씩거리면서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오래 걸렸던 이유는, 거기서 또 몇십 분을 기다리느라... 그렇게 또 기다리다가 드디어 만난 의사가 한 말. 'ㅇㅇ꼬메줄 의사 없어 낼 오후 두 시에 다시 오세요 그땐 수술해줄 의사 있음' 하고 내보냈다. 1분도 안 걸렸다고... 어쩐지 손에 맨 붕대가 변화가 없더라니..ㅠㅠㅠㅠ

둘이서 병원 욕만 오지게 하면서 집에 돌아갔다... 아니 애초에 미리 꼬메 줄 의사 없다고 알려줬으면 일곱 시간 안기다려도 됐잖아ㅠㅠㅠ

손가락 꼬메줄 의사도 없다니 과연 응급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라도 큰 사고가 난 사람이 왔다면... ㅇㅇ배 찢어진거 꼬메줄 의사가 없네용 하고 내비뒀을까??? 왠지 프랑스에 산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생명도 응급실에서 기다리다 죽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주변 지인들 경험담 들어보면 일단 프랑스 응급시간은 최소 다섯시간이 기본 대기 시간인것같다. 심지어 지인분은 팔인가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일곱시간을 기다렸다고 했으니... 하지만 프랑스인은 응급실이 공짜다. 근데 돈 좀 받아도 좋으니까 회전율과 효율성 좀 높였으면 좋겠다!!! 아 참고로 뿌아띠에에서는 응급실에서 탈출하느라 돈 내야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나중에 청구서를 보내줬었다. 십유로 미만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보내준 빈 편지봉투에 돈을 넣어서 다시 부쳤다.

 

+아 맞다, 그리고 손가락이 거의 잘려서 덜렁거릴 정도였다는데 하나도 안아파보이길래 '너 근데 안아파??? 얘네들이 진통제나 마취제 줬어?' 하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왜 안아프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별로 안아프다고 했다. 솔직히 구급차 실려갈때 너무 멀쩡해 보여서 '짜식... 손가락이 좀 찢어졌나보네 그래 병원가서 꼬메긴 해야겠지~' 따위의 생각만 했는데... 나같으면 길바닥에서 내 손가락만 붙들고 미친듯이 울었을텐데 (흐아앙아각!!!!ㅠㅠㅠㅠ내 손가락!!!ㅠㅠㅠ이러면서..) 저정도인데 진통제도 안주는 병원이나 하나도 안아프다고 손가락 붙일때까지 거의 24시간동안 멀뚱멀뚱 밥잘먹고 화장실 잘가는 이 녀석이나... 그래 상남자 인정이다... 암튼 지금은 잘 수술 받고 집에 돌아갔다. 손가락도 10일정도 지나면 회복해서 예전처럼 잘 움질일거라고 했다. 이러나 저러나 정말 어메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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