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해피는 개가 아니라 내 짬지라는 점을 명시한다. 짬지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 나의 행복이 곧 짬지의 행복, 질의 삶이 상승해야 삶의 질이 상승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셀프 미용 브라질리언 왁싱을 시작한 지 거의 3년이 다되어간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해피는 털이 많고 심지도 곧은 편이라 해피를 자꾸 찔러서 따갑거나 가렵게 하기도 하고, 생리혈에 다 묻어서 생리대에 달라붙는다던지 여러 불편함이 많아서 예전부터 꼭 한 번쯤 털을 다 뜯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있을 때 처음으로 왁싱샵에 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왁싱을 받아봤는데, 어릴 적 이후 오랜만에 보는 해피의 맨얼굴에 좀 낯설기는 했어도 다시 털이 날 때까지는 훨씬 편했다. (해피는 모든 XX에게 있는 존재라 딱히 민망하거나 부끄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왁싱이라 등이 푹 젖을 정도로 땀이 뻘뻘 나게 아프기는 했다.)
그 뒤로는 금전적으로 매달마다 왁싱을 받을 수 없기도하고, 가족들이 다 같이 사는 집에서 해피 왁싱을 해주는 시간과 여유는 없어서 해외로 떠날 때까지 또다시 털 때기 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털을 다 뜯고 나서 한동안 편하고 위생적이었던 시간은 계속 잊지 않고 있었다.
프랑스로 어학을 떠난 후로는 여기서까지 돈을 주고 해피를 미용해줄수는 없다는 생각에 단념하고 있었는데,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왁스 워머 기를 파는 것을 발견했다. 비트 제품으로 전용 왁스까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마침 워머기를 리필용 왁스와 함께 세일하고 있길래 바로 구매했다.
기기와 리필용 왁스 한박스 합쳐서 35유로 정도 줬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넷에 이미지를 찾으려 검색해보니 워머 기는 인터넷에서 사는 게 더 싸다. 리필용 왁스는 마트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한 편. 그리고 나름 머릿속으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인터넷에 '셀프 브라질리언 왁싱'을 쳐서 그들의 고통의 수기를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때 해피 털은 생애 딱 한번 털을 뜯겨봤었고, 그나마도 이미 1년이 넘었었기 때문에 자연의 상태 그 자체였다.
나름대로 위생적인 시술을 위해 바닥에 신문을 깔고, 앞에 거울과 물티슈랑 핀셋을 구비했다. 정말 더럽게 아팠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털이 무성한 자연의 해피털을 다 뜯는데 거의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요령이 없기도 해서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해피의 초-해피 근처 털들을 뜯을 때는 그냥 소리 질렀다. 이땐 이미 이웃 빌런들과 서로 돌아가며 갖은 민폐를 저지르는 상황에 나도 자연스레 편입해있었기 때문에 별로 미안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대^///^마피면서 비디오 게임하면서 무슨 살해당하는 것처럼 고함지르는 위층 남자도 있는 마당에... 남자애들이 공용 부엌을 하도 더럽게 써서 화난 청소부가 우리 층 부엌만 2주 동안 잠가놓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래층이나 위층으로 가서 요리를 했어야만 했다.)
여기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한번도 해피 미용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절-대로 혼자서 시작하지 말라는 거다. 이 고통은 예상하는 것보다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나는 전문가의 손길로 왁싱을 받으면서 고통을 한번 당해봤고, 전문가가 어떻게 하는지 대충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찌어찌 혼자 해낼 수 있었지만, 완전 초심자가 혼자서 한다고 설치다가 '아.. 이거 못땔것같은데 그냥 이렇게 붙이고 살까...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데 뭐... 아님 가위로 잘라낼까...?'라는 생각만 짬지 한 면에 왁스를 바른 채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혼자 시작하지 말 것!!!! 일단 초기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맞기는 것이 좋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셀프 브라질리언 왁싱을 여태까지 하고 있다. 이 끈질긴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진 털들은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쥐어뜯긴 다하더라도 결코 줄어들지는 않는다. 내가 해피 털만큼 끈기가 있었다면 서울대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래도 눈치는 좀 생긴 건지, 예전보다 자라는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고 털 굵기도 나름 가늘어졌다. 한 달에 한번 셀프 왁싱하는 게 번거롭지 않냐고 한다면, 이제는 그냥 서서 척척 뜯는다. 시간도 한 시간 미만. 약간 나만의 월간 행사 같은 느낌이라 별로 귀찮지 않다. 그냥 '아~ 슬슬 해피 털 뜯어줄 때가 됐구나~ 해피야 털 뜯으러 가자~!' 이런다.
3년 동안 해피 털을 열심히 뜯어본 결과, 나름 절차와 요령이 생겼다. 참고로 난 강철 짬지를 가졌기 때문에 좀 함부로 다루는 편이다. 사람마다 피부의 예민함, 짬쥐의 예민함도 다르니까 내 요령은 참고 정도만 하길 바란다.
1. 기기를 연결해두고 왁스가 녹는 동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부드러운 수건이나 천을 바디워시에 묻혀서 거품을 낸다음 잠쥐쓰를 살살 문질러준다. (사실 내 해피는 강철 해피라 나는 좀 빡빡 밀기는 한다.) 털 뜯기 전에 털들을 가리고 있는 각질을 탈락시켜줘서 좋다.
*거품이 너무 쨈 쥐 안 쪽까지 흘러들어 가면 따가우니까 적당히 잘하자.
2. 짬지 물기를 잘 말리면서 자리를 잡자. 그냥 여러 도구들과 뜯은 왁스들을 두기 편한 장소면 된다. 방바닥이나 침대 위 어느 곳이던 상관없다. 나는 그냥 변기 위에 기기와 거울을 두고 한쪽 다리를 옆에 욕조에 올린 다음에 번갈아가면서 털 뜯는다. 근데 이건 자신의 짬지와 몇 년간 왁싱으로 소통을 하지 않는 이상 좀 어려운 자세인 것 같다. 어딘가 앉아서 스프레드 이글 자세를 하는 것을 추천. 등을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혹시 피부가 약하거나 고통에 민감하다면 (그런 경우에는 셀프 브라질리언 왁싱은 추천하진 않지만) 깨끗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얼린 물병을 준비하자. 한번 뜯자마자 바로 차가운 물병을 갖다 대면 고통도 덜하다.
3. 왁스를 어떤 방향으로 발라야 하나? 에 대한 질문은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인터넷에도 여러 의견이 많다. 털이 난 반대 방향이다, 털이 난 방향이다 여러 말이 많아 헷갈리는데,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맞는 것 같다. 일단 털 반대 방향으로 털을 뜯다 보면 죽어도 곧은 심지를 가진, 절대 안 뜯기는 털이 있을 텐데 그 녀석들은 털이 난 방향대로 왁스를 발라주면 된다. 뜯는 건 바른 방향의 반대로 하면 된다.
그러니까 먼저 아래에서 위로 왁스를 발라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뜯는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털을 뜯은 다음에, 남은 털들은 위에서 아래로 왁스를 바른 후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뜯어주면 된다. 순서는 절대적이진 않지만, 보통 위에서 아래로 털을 뜯으니 이 순서대로 하는 게 편했다. 털이 있는 상태에서 털 방향으로 바른 다음 아래에서 뜯으려고 하니, 그 밑에 아직 뜯지 않은 털까지 같이 집게 돼서 불편했다. 그리고 난 특정 부위는 가로로 발라서 뜯기도 한다. 말로 하다 보니 좀 복잡해서 그림으로 설명을 보충하겠다. 끝까지 버티는 멋있는 털들은 족집게로 뽑아주자. 괜히 왁스로 뜯는다고 계속 왁스질을 반복하는 것은 피부에도 좋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왁스도 아깝다.
뜯을 때는 반드시 한 손으로 살을 잡아서 피부가 떼어지는 왁스에 딸려가지 않도록 하자.
4. 털을 다 뜯고 난 다음에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차가운 알로에 젤을 발라주고 마무리하면 된다. 털을 뜯다 보면 왁스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약간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이제 막 떼어낸 왁스 조각으로 눌렀다 뗐다 반복해주면 같이 떨어진다. (커다란 스카치테이프로 방바닥 머리카락이랑 먼지 쫙쫙 뜯어내는 그런 느낌으로) 그래도 살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왁스 조각이 있다면, 내버려 뒀다가 알로에 젤을 묻히고 손톱으로 살살 긁어주면 쉽게 떨어진다. 왁스가 옷에 묻으면 떼어내기 쉽지 않으니 버릴만한 옷을 입는게 좋다. 바닥에 떨어진 왁스는 바로 닦아내려 하지 말고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떼어내는 게 좋다. 왁스가 얇게 퍼지면 긁어내기 어렵지만 덩어리 째로 굳으면 그냥 똑 떨어진다. 천에 묻어도 문질러서 옷에 스며들게 하지말고 내버려뒀다가 굳은채로 떼어내는게 옷이나 시트를 살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5. 인그로운 헤어는 관리하기 좀 까다롭고 뭐 인그로운 전문 관리 제품이 많던데, 가난한 유학생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털 뜯기를 하고 3-5일 정도 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샤워를 하면서 부드러운 천이나 수건으로 해피 때를 밀어주는 것이다. (나는 페이스 헤일로로 해피를 관리하고 있다.) 팔다리 미는 것처럼 벅벅 미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살살 문질러주면 각질이 탈락되기 때문에 인그로운 헤어가 날 확률이 낮아진다. 뭘 발라줘야 하긴 하는데 전용 제품이 없다면 그냥 유분기 없는 순한 수분 세럼을 발라주면 된다.
나는 별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마트에서 파는 워머 기를 바로 사긴 했는데, 3년간 고장 날 기미 없이 잘 쓰고 있다. 그리고 워머기로 겨드랑이털도 관리하고 있다. 겨는 의외로 털이 없는 편이라 한 번씩 뜯어주면 끝난다. 6개 리필에 6-7유로 안팎으로 한화로 만원쯤 하는데 한 박스 사면 두 달 세 달도 쓴다.
겉에 왁스가 묻어서 좀 많이 더러워진 게 문제이긴 한데... 워머기 내부가 더러운 게 아니라 위생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같이 딸려온 플라스틱 스푼도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기기는 물세척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쓰고 있긴 한데, 스푼은 연기가 펄펄 날 정도로 뜨거운 물에 넣으면 겉에 묻은 왁스가 녹아서 깔끔하게 제거가 가능하다. 그렇게 좀 더러워질 때마다 뜨거운 물에 넣어서 잘 닦아서 쓰고 있다.
이 글이 쨈쥐 셀프 미용을 하려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해피에게 털이 있는건 자연스러운것이다. 별로 불편함이 없고 사는데 지장없으면 복슬복슬한 해피와 행복하게 살면된다! 모든 XX의 쨈쥐 행복해져라! 이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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