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유학생의 삶/주

나는 왜 또 6개월 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을까 : 외국에 살면서 여기저기 치이고 꼬이고 뻔뻔해진 인간이 음침하게 불평하는 글 ~하지만 그 와중에 쿨한 척 하고 싶으니까 웃긴 짤을 넣어본다~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3. 3. 20.
반응형

 

 

 

 

 

 

 

이 전에도 몇몇 포스팅에서 잠시 이사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

급하게 이사를 했다.

(그 전 집주인 새끼는 내가 외국인이라 만만했는지

내 보증금을 여러 핑계를 대며 벗겨먹었고 나는 끝내 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 보증금에 대한 보증금(?!) 300유로까지 뻔뻔하게 합법인척,

합당한 제안인척 요구함. 거절하니까 얼굴이 순식간에 무섭게 변했는데

그 순간에 너무 무서워서 '집에 망치가 어딨더라?' 하고 생각했었다.

몇달에 걸쳐 일어난 일을 아주 짧게 요약한건데

하여튼 지가 찔리는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내 보증금에서 스튜디오 보수비용을 깎아먹을 때마다

괜히 자기도 찔렸는지,

'난 도둑이 아니야~ 난 좋은 사람이야~' ㅇㅈㄹ

응 너 외국인 유학생한테 법, 고소 운운하면서 겁주고

니랑 편먹은 인테리어 업체랑 짜고

내 보증금 아득바득 다 까쳐먹은 도둑놈 맞으세요~

머리털 별로 없던데 꼭 다 벗겨지길 빈다

그 집 살면서 연락 한번 제대로 안되다가 집 나간다고 하니까 이때다 싶어

헐레벌떡 달려와서 집에 뭐가 어쩌네 저쩌네 흠 다잡고

전화통화는 새벽인데도 어찌나 잘되던지!

나한테 논리로 밀릴때마다 전화 잘 안터지는 척ㅠ

지가 학생일때도 힘들었다 어쩌고 감정에 호소ㅠㅠ

느그 집 관리 다니다가 계단에 굴러떨어져서 사지가 다 골절되길~

이것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비흡연자인데 울면서 담배 폈음)

 

 

 

 

 

 

뭐 아무튼 이렇게 전 집주인한테 엄청 호되게 당한 이후로

*혼자서 사는 것은 기피하게 되었고, 또 혼자 사는 스튜디오를 구하면

직접 인터넷, 가스, 물등을 신청해야하고 돈을 다 내야하는 부담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동산은 보증인이 없는 외국인 학생을 거절한다는 점,

또 지난 집을 급히 떠나야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던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

즉 안전상의 이유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무서움 등

 

*꼴로까씨옹을 하면 개인이 사용한 방 이외에

공용공간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서 방에서 나갈 경우에

혼자서 덤탱이 당해서 돈 뜯길 확률이 적어짐.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여자애 한명과 사는 룸셰어,

이하 꼴로까씨옹을 작년 9월부터 시작했었다.

 

집을 보러갔을 때는 괜찮았다.

룸메는 프랑스인이 아닌 터키인이었는데

프랑스에 법 공부 하러 왔다면서 나보다도 프랑스어를 못했지만

그리고 6개월을 같이 살면서 프랑스어 공부하는 걸 단 한 번도 

못 봤지만 뭐 애는 착했다. 자기 인생 알아서 살겠다는데

공부 하던 말던 내 일도 아니고.

 

나도 니것 내것 철저하게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서로 바쁘면 대신 설거지도 해주고

쓰레기도 알아서 번갈아가면서 버리고 뭐 그럭저럭

평화로웠다.

 

꼴로까씨옹(룸셰어)인데도 다수가 아닌 

여자애 한 명과 지낸다는 점,

시내에 있는 집 치고는 월세가 싸다는 점에서 이하 나열하는

단점들은 그럭저럭 커버칠만 했다.

 

-내 방만 계속 24시간 내내 웅-웅-하는 진동소리가 남.

바닥에 서 있으면 진동이 느껴지는 수준.

계속 그 소리 듣고 있으면 정신병 걸릴 것 같아서 

대부분 거실에서 지내고 작업도 거실에서 함.

카페트도 사서 바닥에 깔았다.

밤에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맨날 휴대폰으로

유튜브 켜놓고 잠.

(장점은 밤에 불끄고 웹툰 꼬리잡기 보면

엄청 실감나게 감상 가능.)

 

-내 방문이 안닫힘. 집주인이 처음에는 고쳐준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낡은 문이라 수리하기가 어렵다고 말바꿈.

그래도 여자 한명이랑 사는거라 뭐 괜찮다고 자기 합리화함.

 

-화장실이랑 샤워실, 세탁기를 이용하려면

룸메 방을 지나쳐서 가야함. 룸메 방 안에 그 모든 편의시설이

다 들어있음. 그래도 내 성격이 프랑스에 살면서

엄청나게 무디어졌고 룸메도 신경쓰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지냄.

난 이제 너무 뻔뻔해진 인간이라 샤워하면서 혼자 콘서트도 함.

+화장실이랑 샤워실 문 안 잠김

+샤워실 전구 고장났는데 안고쳐줘서 길쭉한 전등 올려놓고

그거 콘센트에 연결해서 대신 불빛으로 씀

 

-문 신발장이랑 복도 불 고장나서 안 켜짐. 안 고쳐줌.

 

-창문을 활짝 열 수가 없음. 창문 자체는 활짝 열 수 있는데,

지난 겨울에 룸메가 갑자기 싸구려 커튼 걸이를 사서 바로 창문 앞에다가

맘대로 걸어버려서 그 커튼 걸이 때문에 창문을 두뼘밖에 못 연다.

거실 창문은 진짜 내가 못 견디겠어서 실수인 척 창문 열어서

떨어뜨려버림. (근데 룸메도 답답했나본지 고치자고 안 함.)

 

-룸메가 숨막힐 정도로 세게, 온 집안에 히터를 틀어둠.

이건 나중에 집주인이 공과금으로 뭐라고 할까봐 따로 말했더니

집주인이 계약상 공과금 때문에 월세를 올리지는 않을거라고

못 박아줘서 솔직히 이건 좀 개이득이었음.

프랑스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따수운 겨울을 나본 적이 없음.

 

-니꺼 내꺼 철저하게 나누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한 쪽에 따로 놔둔

개인 물건을 맘대로 쓰는건 솔직히 싫었음.

그래도 같이 사는데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굳이 말 안함.

진짜 아끼는 물건 쓸 때는 조용히 내 방에다가 들여둠.

('내가 이렇게 까지 배려해주는데 넌 왜 그래?'라는 보상 심리는 없다.

그냥 내가 말 못해서 답답한거지 뭐... 누가 말하지 말라고 한적도 없고.

얘는 내가 아끼는 물건인지 뭔지 알리도 없으니까.)

 

-내 설거지용 K-고무장갑 (프랑스 고무장갑은 나약함)을

쓰는 것은 정말 상관이 없으나 무슨 재주를 부리는건지

매번 쓰고나면 장갑안에 물이 들어있음.

안 뒤집어놓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 진짜 느낌 더러움.

난 설거지 하는 건 무척 좋아하지만 손에 물 닿는건 싫어해서

이건 좀 강박적일 정도로 너무 끔찍했지만 그래도 말 안했음. 

저걸 저 정도로 싫어하는건 내 개인적인 성향이니까.

 

-이사 후에 몇달동안 와이파이 안 해줌. 집 구조 상 4G가 두칸밖에 안터짐.

나는 영상통화로 학생들 가르쳐야하는데 인터넷이 이따위라

너무너무너무 불편했다. 1월이 되서야 겨우 와이파이 설치해줬는데

그나마도 룸메 방에 달아놔서 내방에서 잘 안터짐...ㅎ...

 

-룸메가 자꾸 실험적인 음식과 디저트를 만들어서 나에게 제공함.

식사를 내 몫까지 해서 주는데 처음에는 개이득인줄 알았으나

한입 먹어보고 내가 얘한테 뭔가 잘못한게 있는지,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음식이 너무 짰다. 소금으로 날 암살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근데 나랑 똑같이 간한 음식에 소금을 더 쳐먹는 걸 보고

담배때문에 미각을 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샐러드에도 소금을 팍팍파가팍팍파가파갚가파가팍 쳐서 먹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브라우니에서 생선맛이 나는 거지?

이후로 나는 룸메가 자신의 음식을 권할 때면 정중히 거절했다.

가끔 내 접시에 맘대로 실험물을 덜어서 줄때가 있는데

나는 고맙다고 하고 접시를 방에 가져와서 먹는 척 한 다음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룸메가 요리만 하면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모양인지

차단기가 저절로 내려감. 인터넷으로 중요한거 하다가 인터넷 끊기면

진짜 내적 분노 오져버림. 특히 영상통화하다가 끊기면 개빡...하....

아마 온 사방팔방에 라디에이터랑 불을 다 키고, 전기포트에 오븐에 전자렌지에

염병을 하니까 차단기가 내려가는 듯. 심할 때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저 지랄 남.

샤워할 때 차단기 내려간 적도 있음.

 

 

 

(그래도 집구석 때문에 슬퍼지면 이렇게 하면 기분이 족굼 좋아짐)

 

 

여기까지는 그냥 내가 계속 살아야하는 집이니까,

굳이 단점에 집착할 필요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외면했지만

정말 이 점만큼은 참을 수 없었던건 실내 흡연이었다.

이게 이사의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 룸메 그녀는 말보루 레드 담뱃잎을 매번 직접 말아서 피우는,

(프랑스는 담배가 비싸서 대부분 직접 말아서 피우긴 한다.)

앉은자리에서 기본 세개피, 많으면 여섯개피까지도 피우는

하드꼴초였다. 진짜 얼마나 많이 피우는지 겁나 큰 냄비만한

플라스틱 담뱃잎 통을 사와서 그걸 소분해서 피움.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실내 흡연을 하길래

이상하다, 비상식적이라는 생각도 안들었다. (납득을 잘하는 편이긴함)

테이블 맞은편에서 담배를 연달아서 여섯개피씩 피우는걸 보면서

'와 진짜 신기하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2주쯤 지났을까? 자려고 누웠는데 어느순간부터 목이

미친듯이 아팠다. 누가 목을 조이는 것 처럼 너무 아파서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다. 원인은 당연히 담배^^

상식적으로 '미친인간아 담배는 나가서 피워'라고 해야 맞는데

얘는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었고,

겨울이라 야박하게 나가서 피우라고 하기에는...

나 때문에 얘가 가지고 있는 생활 습관을 통째로 바꾸게 하는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는건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고,

룸메는 미안해하며 자기 방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화장실 문제 때문에 하루에 최소 다섯번은

들락날락 해야하는데...

들어갈 때마다 보면 방이 온통 뿌옇고, 그와중에 냄새가 싫으면

창문을 열면 되는데 추워서 그건 싫었는지

창문은 굳게 닫은 채 내가 아끼는 향초를 맘대로

가져와서 피우는 게 정말 어이상실 그 자체였다.

 

 

(담배 연기 자욱한테 공기를 태우는 향초까지? 질식사 당하고 싶은건지?)

 

 

결정적으로 내 옷에!!!! 내가 아끼는 옷들에!!!!

담배냄새가 배다 못해 밖에서 옷을 벗어서 냄새를 맡으면

연기에 훈제된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당시에 이사를 정말 급하게 한 터라 짐을 엄청나게 줄였었고,

그 과정에서 그나마 없는 옷들 중에 아끼는 옷들만

바리바리 챙겨온건데.... 그 옷들에 담배냄새가 찌드니

이건 정말 극혐 극혐 상극혐이었다.

 

 

향기로운 세재로 열심히 빨래하면 뭐하나?

거실에 빨랫대를 펴서 옷을 말리는 와중에

집에 찌든 담배냄새+흡연 공격으로

바로 담배냄새를 흡수해버리는데...

 

이쯤되니까 미안해하면서 담배피는 룸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가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미안하면 피지마...)

내가 학교에 가서 집을 비운 사이에 거실에서 흡연을 한 흔적 :

식탁보에 담배빵 자국에 흩뿌려진 담뱃잎들과 재떨이^^

를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졌고 여태껏 눈감아왔던 단점들이

포토샵 더선명하게 효과를 준 것처럼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사 그까짓거 프랑스 5년 살면서 일년에 두번도 해봤는데

또 못할까? 한번 마음먹은 뒤로

지지난주부터 미친듯이 봉꾸앙과 부동산 매물 사이트등을

뒤져서 집주인과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신축 룸셰어랑 오늘 계약하기로 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실내 금연인 곳이다.

방이 셋이라 나 포함 총 세명이서 생활하는 곳인데

지금 입주해있는 사람은 남자라고 한다.

나중에 남은 방에 남자가 또 들어오면 남자 둘이서 생활하는건데...

유교걸로써^^ 그 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번엔 내가 그 셋중에 제일가는 또라이일 수도 있잖아?

 

5년동안 프랑스에서 구르면서 깨달은 점은

차라리 내가 또라이인 편이 정신건강에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룸셰어가 뭔 프렌즈처럼 하하호호

우린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들! 하지만 우린

함께 지내면서 처음엔 어색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서로를 알게되며 점점 더 끈끈한 우정을 쌓고

가끔은 서로 맞는 점이 없어 싸우기도 하겠지만

울고 웃으며 멋진 시간을 보내겠지!가 아니라

(물론 그런 곳도 있겠지. 작년 이사할 때 그런 분위기 꼴로

면접을 한번 봤었다. 당연히 떨어짐. 근데 떨어진게 다행인듯)

정말 '경제적 부족함으로 인해 일부 공간을 공유하면서 사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옛날 꼴로 했을 때도 나 포함 다섯명이서 살았는데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었다.

 

아무튼 그 정도로 데면데면... 옆방 사람 집에 들어오는거 맞아...?

하는 정도 느낌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 참고로 세입자가 저렇게 미친인간처럼 실내흡연을 하는데

집주인은 뭐라고 안함? 이라는 질문이 든다면,

집주인이랑 룸메는 친구 혹은 그 이상의 사이로 의심되는 그런 관계임.

(여러 정황이 포착됨.)

어차피 굴러들어온 돌인 내가 나갈 수 밖에 없음ㅎㅎ

 

오늘 보니까 그 미드에서 천식 환자가 쓰는 약 기구?

(미드에서 맨날 만악의 근원임) 그것도 한쪽에 놔뒀던데

그 정도면 금연하자 룸메야...

나랑 또래인데도 벌써 목소리도 할머니같고

맨날 숨넘어갈것처럼 기침함...

자기 가족이랑 전화통화하면서 엄청 거칠게 흐느끼길래

'헐 우나봐' 했는데 웃는 소리였던 룸메야... 금연해....

 

 

 

돈 많으면 나도 혼자 살고 싶어용가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