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돈 벌려고 만든 블로그라 정보글만 열심히 썼었는데
(파이프 라인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이것저것 많이 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블로그였음)
지난번에 너무 힘들어서 쓴
전전집주인 욕하는글&전집 룸메 욕하는 글이
꽤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일기 겸
종종 개인생활 발자취를 남겨보려 한다.
(어차피 블로글 1년동안 해서 18달러 벌음^^)
아무튼 서류상으로 전 집(꼴초네) 계약이 끝나는 날짜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새로운 집 계약 시작 날짜가
겹쳤고, 그와중에 도저히 꼴초네에서 못살겠어서
남자친구 집으로 피신해있었으니
약 4주 정도는 꼴초네 집과 남친 집 두 집 살림,
약 일주일 정도는 +새 집까지 해서 세 집 살림을 한 셈이다.
6개월 동안 그래도 잘 참고 살았으면서 왜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이사를 결심하게 됐냐, 고 묻는다면,
눈감고 코 닫고 억지로 적응했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중간에 엄마 동생이랑 프랑스 여행을 2주 동안 하면서
정상적인 공기를 마시고 살다가 다시 꼴초집구석으로
들어오니 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느껴졌고
도저히 비흡연인간이 살 곳이 못 된 다고 느껴졌다.
그 와중에 꼴초네에 엄마랑 남자친구도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반응을 보고 더욱더 이사 결심을 굳혔다.
(게다가 남자친구랑 초반에 만났을 때 얘가 나보고
담배 펴도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도 된다고 한 거 듣고
개충격받음+개빡침 옷에서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당연히 내가 하드꼴초라고 여겼던 것...)
내가 담배냄새로 너무 힘들어했고 이사를 선언하니까
남자친구가 그 집에서 지내기 싫으면 집 찾을 동안
자기 집에 머물러도 된다고 해서
옳다꾸나 낼름 얹혀서 지내기 시작했다.
(밥 때 되면 밥 줘서 좋았고 남친 룸메가 파티시에라서
초코케이크랑 마들렌 맨날 만들어줘서 좋았다 헤헤
나중에 엄마가 알고 랜선으로 투명등짝스메싱 당했지만..^^)
암튼 머리로만 '이사해야지... 이사해야지...' 하고 맴돌기만 하면
절대 실현될 수 없으니 당장 이사 프로젝트를 착수했고,
열심히 집을 찾고 부동산이랑 집주인들에게 컨택하는 동안
나는 수업이 없는 비는 시간마다 내 세 개의 캐리어에 열심히
내 짐을 담아서 남자친구집에 야금야금 옮겼다.
내가 봉꾸앙에서 열심히 발품 팔아 산 가구들
(전신 거울, 책상, 의자, 옷장, 침대)
얘네들은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했는데
룸메가 침대 빼고 냉큼 다 사겠다고 해서 헐값인 50유로에
팔았다. 어차피 이거 중고로 판다고 신경 쓸 에너지 생각하면
이게 나을 것 같았다.
(룸메 얘도 참 머리가 꽃밭인 게
막상 지 친구인지 남친인지 모를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 찾아야 해서 머리가 아픈 것 같던데
그 와중에 '그 가구들 너 방에다 둬~ 새로운 세입자 들어오기 전까지
내 서재로 쓰게^^'라고 하더군. 근데 너 공부 안 하잖아...)
남은 침대는 어쩔 수 없이 봉꾸앙이랑 기브에 공짜로 줄 테니
알아서 차 끌고 와서 가져가쇼~ 하고 글을 올렸더니
웬 인자하지만 마피아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젊은 꼬봉 세 명을 데려왔고, 그들은 마피아 할아버지의 지휘아래
척척척 침대를 가지고 갔다. 그 무거운 침대가 그렇게 쉽게 0층까지 내려가다니.
덕분에 노파심에 일꾼으로 데려간 남자친구랑 룸메이트는
그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함ㅋㅋㅋㅋ힘 안 쓰니 좋았지 뭐
암튼 이렇게 가구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남자친구 집이랑 꽤 가까운 신축 룸셰어에 입주할 수 있었다.
엘베도 있고 세탁기, 오븐에 식세기까지 다 갖춰져 있는 게 좋았고,
무엇보다 실내 흡연 금지라는 계약 사항이 최고였다.
(룸셰어 중에 낡은 건물이면 엘베는커녕 세탁기도 없는 곳이 많음)
그러나 인생은 쉽지 않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입주한 그날
나는 내 룸메와 마주쳤다.
일단 첫인상은 생각보다 정상인 같아서 안심했다.
대충 인사를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갸는 거실로 가더니 뭔 세기의 인텔리마냥
노트북을 켜고 툭탁툭탁 뭘 하더라.
뭐 그런갑다 하고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시는 맡기 싫은 그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게 아닌가...
아냐 설마 그럴리가^^ 오늘 계약하면서
룸셰어에서 지켜야 할 조약에 실내 흡연 금지가 멀쩡히
적혀있는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걸~?
하지만 폐가 꽉 조이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이건
독한 담뱃잎을 말아 피우는 냄새가 다이렉트로 들어오는 것인데...
정말 믿을 수가 없어서 거실에 가보니 뉴룸메 이 찢여죽일 놈이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 세상에 꼴초를 피해 도망을 왔더니 또 꼴초가 있었다.
진짜 개빡쳤지만 정말 믿을 수가 없었지만 침착하게 룸메에게 말을 걸었다.
너 담배피니...? 그런데 너 여기가 실내 흡연 금지인건 알지?
라고 했더니 가증스럽게도 모르는 척을 하면서 능청을 떨더군.
모를 리가 없잖아 입주할때 가독성 개쩔게 좋은
입주자 규칙 서류 앉혀놓고 다 읽게 하고 뒷장에
싸인까지 하게 하는데 이 개놈이
그래서 나는
'내가 이사한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내 전 룸메가 실내에서 너무 심하게 담배를 펴서 그렇단다~
그 것 때문에 내 건강이 정말 좋지 않았어~
내가 이곳에 입주한 유일한 이유는
이곳이 실내 흡연 금지이기 때문이란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일 때문에 담배냄새에 트라우마가 생긴건지
아니면 절대로 그 냄새를 맡을 일이 없다고 믿었던 곳에서
피하고 싶었던 일이 벌어져서 충격을 받았는지
정말 그 순간에는 도저히 그 집에 더 있을 수가 없어서
캐리어에서 대충 짐을 꺼내 방이 뿌려둔 다음
바로 남자친구 집으로 토꼈다.
남자친구 집에서 내가 엄청 분개하면서
'흡연 욕구도 못참아서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
이 금수만도 못한 놈을 내 당장 부동산에 알려
항의 하리라' 하고 노발대발 했더니
남자친구 왈 '네가 원하면 항의 메일을 쓰는 데
도와줄 수 있지만 네 룸메는 여태 그 집에서 혼자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았던 것 아니냐? 너가 경고도 했고
이제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앞으로는
집안에서 담배를 피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에 말해봤자
누가 꼰질렀는지 뻔하고 사이 껄끄러워질텐데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그 뒤에도 고치질 않으면
그 때 이야기 해보자.' 라고 함.
진정하고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내 안에 뉴룸메의 이미지는
흡연욕 하나도 컨트롤 못하는 금수새끼로 추락당함.
이렇게 말하다보니 내가 흡연에 엄청 깐깐한 사람같은데
사실 꼴초룸메를 만난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흡연에 별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간접흡연을 즐기는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비흡연자지만 일년에 한두번정도 친구들 만나서
술 짱 많이 마시면 분위기에 취해 몇 개피 피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담배도 정도껏 펴야지
방 하나가 연기로 가득찰 정도로 하루종일 담배를 펴대고
내 옷에 온통 담배냄새가 배는 생활에
기관지에 문제까지 생기니까 이렇게 변해버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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