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포션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다가 조금 지겨워져서
스토리 게임을 좀 해볼까? 하고 구매했다.
가격은 약 10유로 미만.
이 게임을 아예 몰랐던 건 아니고, 옛날에 잘 보는 겜튜버 분이
플레이하는 걸 잠깐 본 기억이 있다.
너무 긴 통 플레이는 잘 못 보는 편이라 극초반만 알고 있음.
주인공은 헨리로, 여자친구인 줄리아와 롱디 연애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줄리아의 알츠하이머 발병으로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자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산림요원 일자리를 지원한다.
스포 리뷰 전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절대로 더 롱 다크 같은 자유도 높은 생존게임이 전혀 아니다.
철저히 스토리 진행을 위해 동선이 짜여있고,
중간중간 빠른 템포로 날짜가 넘어가기 때문에
잠시 스토리 진행을 뒤로 미루고 느긋하게 맵을 즐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플레이어는 그냥 게임 속에서 스토리를 따라 여기저기
맵 속을 돌아다닌다.
실수로 다른 곳에 가면 다른 산림요원이자 파트너 같은 존재인
딜라일라가 "너가 거기 있다면 내가 말했던 곳과 완전 멀리 온 거란다~"
하고 동선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뭐 숲 여기저기 요소들이 숨어있다고 하긴 하는데,
솔직히 1회 차 플레이는 지도를 익히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만도
벅차기 때문에 저런 요소를 즐기는 건 2회 차 때 가능할 듯?
근데 스토리 게임 특성상 엔딩을 보면 딱히
다시 플레이할 이유를 못 느끼기 때문에
(해당 게임이 엄청나게 매력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나의 경우 그런 게 크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는 느긋한 숲 탐방+숲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는
걷기 시뮬레이터+힐링+미연시(딜라일라^^)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초반부부터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생기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장르로 확 변하기 때문에
긴장한 상태로 스토리를 열심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볼 수가 없다. 아마 제작비 때문인 것 같았다.
그나마 본 사람은 초반 스토리에 등장하는
싹수없는 여대생 두 명인데 그나마도 저 멀리
호숫가에서 수영하는 실루엣정도다.
게임하는 내내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같은 산악요원인 딜라일라뿐이다.
그래도 스토리 자체는 몰입하기 좋은 미스터리 장르에
나름 반전도 있게 때문에 플탐 3-4시간 정도의
부담 없는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함.
**공감각 떨어지고 동서남북 그딴 거 모르는
직진 쳐돌이 투우소 같은 길치 인간은 이 게임 대환장파티 될 수도 있음**
그게 나다!!! 왜 난 분명히 지도를 따라 가는데
반대로 가고 있는 거지!?!?!?
오른쪽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왜 왼쪽으로 가고 있는 걸까?!?!?
게다가 난 모든 맵을 구석구석 봐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서
스토리 진행을 위해 대강 넘어가야 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괴로웠음.
근데 그 와중에 길은 잃었고 해는 지고^^
중후반부에 스토리가 급박해지는데
정작 나는 길 헤매느라 열 발자국 걷고 지도 보고
열 발자국 걷고 또 지도 보고,
그런데도 길을 잘 못 들고!!!
나침판이 있으면 뭐 해???
내가 어케 쓰는지 모르는
빡대갈인데^^
중후반부에 그나마 아날로그 해서 보기 편하던 나침판이
모종의 스포일러 한 이유로 이상한 기계로 바뀌면서
의지할 건 정말 지도 속 내 위치를 보여주는 빨간 점뿐...
이 게임을 하고 얻은 유일한 교훈은,
'나는 절대로 혼자 하이킹하면 안 된다'이다.
참고로 동네에 길 몇 개 없는 얕은 뒷산에서도
혼자 산책 갔다가 길 잃어본 적 있음. 하하.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숲 속인지
등산로처럼 매우 뚜렷하지 않은 이상
잘 구별을 못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달리기 버튼은 절대 못 잃어서
길 더 못 찾음ㅋㅋㅋㅋㅋㅋ)
여기서부터는 스포리뷰
오프닝에서 줄리아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전문 병동으로 보낼지, 직접 돌볼지 선택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머리로는 잘 돌봄 받을 수 있는 병동을 선택하는 게 맞다 싶으면서도
직접 못 돌봐서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결국 직접 돌보는 선택지를 골랐었다.
대중 매체에서 비슷하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불편함을 가진
가족을 다른 가족이 돌보면서 함께 불행해지는 것을
종종 봤기 때문에 당연히 저런 경우에는
전문 병동에 보내는 게 아픈 사람도, 그 가족에게도 나은 선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막상 내 경우가 되니까
쉽게 병동을 보낸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가 없었다.
(과몰입 잘함)
결국에 그 선택 때문에 헨리도 불행해지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줄리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줄리아의 가족들이 데리고 가버리지만...
진짜 극초반에는 딜라일라랑 썸 타는 건가? 싶었다.
심지어 후반에도... 뭔가... 그런 느낌의 대화가 좀 있고...
게다가 어떤 대화에서는 잘 못 대답하면 딜라일라가 삐져서
무전이 불가능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초반에 딜라일라가 왜 이딴 곳에 온 거냐,
시니컬하게 물었을 때도 바로 줄리아 이야기를 하는 선택지를 골랐다.
시방 헨리는 임자가 있는 몸이다, 이 말이여. 칵 그냥
게다가 딜라일라 목소리가 겁나게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중반에 딜라일라의 나이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사십대라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암튼 딜라일라와 소통하다 보면 여러 선택지를 골라야 하고
잘 못 골라서 심기를 건드리면 삐져서 잠시동안 무전소통이
불가능해질 때도 있다...
아니 응급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프로페셔널하게 하자구...
이 반응 때문에 진짜 미연시 요소도 있는 줄.
하지만 게임 엔딩까지도 딜라일라와는 실제로 만날 수 없다.
막판에 산불이 커지니까 먼저 헬기 타고 런침. - _ -
제작비 때문에 애니메이션 구현이 힘들어서
딜라일라를 의리도 없는 매정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건지도.
초반에 등장하는 개싸가지 없는 여대생 둘,
진짜 내 방 창문 깨고, 내 이불도 훔치고,
송신탑 전선까지 끊어 둔 걸 알았을 땐 진짜 개 화나서
추적하면 만나서 참교육 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근데 이건 진짜로 여대생이 한 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네드가 여대생들 인척 한 거라면
어떻게 그녀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간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네드가 자기 아들을 죽인 것은 맞지만
살인자 급의 인성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여대생들도 자기 영역에 들어온 침입지라
겁을 줘서 쫓아낸 것일 뿐,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때문에 브라이언이 죽은 것도 나는 우발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암튼 여대생들이 호수에서 약 올릴 때
너무 화나는데 수영은 못하고, 둘러보다가 오디오가 보이길래
물에 던져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쉑들아 인생은 실전이야!!!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보급품 상자에 실종자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난 이것도 복선인 줄 알았다.
산에 사는 모종의 사이코가 다 죽였다! 이런 식의 스토린 줄 알고.
근데 그냥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인 것 같다.
스토리를 끝낸 후 좀 생각해 보면, 딜라일라가 수상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일단 딜라일라는 죽은 소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헨리가 브라이언의 시체를 발견하고 알려주자 죄책감을 느낀다.)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서서히 헨리를 위협하던 누군가가
직접 헨리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런 실질적인 위협이 있었음에도
경찰에게 말하자는 헨리의 의견을 꺼려하는 모습,
경찰들과 엮이기 싫다고 하는 게..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반인이 저 정도로 경찰을 꺼려한다고?
그것도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심지어 헨리가 받은 공격조차 헨리의 망상으로 치부하려는 모습 때문에
중간에 심리 스릴러로 장르가 살짝 바뀔랑 말랑한다.
사실 이 모든 게 다 헨리의 망상이었나?!
시방 딜라일라는 진짜로 존재하는 인간인가???
극 초반에 무전기로 줄리아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에
더 신빙성이 생겨버린다...
상식적으로 자기 파트너가 거짓말로 육체적 공격을
당했다고 할 리가 없으며, 이미 정체 모를 누군가가 헨리의 나무집을
침입한 상태에다가 여대생들 또한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실종된 후였다.
그러니 헨리가 공격을 받았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무전을 통해 딜라일라도 공격받는 소리를
들었다고 추정되고, 공격받은 후에 헨리는
기절해서 잠시동안 연락이 끊겼던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같은 산속에서 머물고 있는 딜라일라 또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딜라일라는 묘하게 여유로워 보인다.
나라면 나에게도 공격이 올까 봐, 또 파트너가 걱정이 되니
아묻따 경찰부터 부를 것 같은데...
또한 스토리 중반부에 등장하는 중요한 장소인 와피티 스테이션을
딜라일라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대화 도중에 딜라일라는 본인이 이 숲에서 약 10년을 넘게 일했다고 했다.
산이 도시같이 한 장소에 다양한 가게나 빌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도 아니고,
허허벌판 산 중에 몇 개 없는 특정 장소를 모른다니?
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산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관리해야 하는 산림 요원이 그 큰 펜스가 둘려 쳐진
장소가 생길 때까지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여대생들이 술 먹고 호수에서 깨벗고 수영하고 캠프파이어하던 건
위험해서 절대로 안된다고 빡쳐하던 양반이;;;
또한 딜라일라는 스토리 막판에 헨리를 기다려서
함께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헬기를 한 번 더 움직이게 하면서까지
혼자 먼저 탈출해 버린다.
뭐 브라이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헨리와의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고 싶어 한다
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뭔가 숨기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만남을 꺼린다고
볼 수도 있을 법하다.
이렇듯 브라이언과의 접점, 경찰을 꺼리는 모습과
헨리의 만남을 피하는 모습, 그리고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모든 위협의 근원인 네드의 흔적이 있던
와피티 스테이션까지 모른 척한다니.
솔직히 딜라일라와 네드가 이미 서로 알고 있고,
모종의 이유로 협력하던 관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너무 뇌절 같긴 하지만,
딜라일라의 행동 중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글패치 깔기 귀찮아서 영알못인데
영문으로 꿋꿋이 진행했기에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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