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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행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떠난 홀로 여행, 낭트(Nantes)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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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 혼자 주저리

 

정말로 너무나 아쉽게도 휴대폰 메모리 소실로 인해 2018년 초반에 했던 모든 여행의 사진은 사라졌다. 디즈니에 놀러 간 것, 파리에서 5일 동안 홀로 관광하며 알차게 구경했던 박물관들과 고흐의 마을, 모네의 집, 이미 사진 한 장 없이 블로그에 업로드된 바닷가 도시 라호셸, 낭트 여행 등등... 그 당시에 백업을 지금처럼 철저하게 하지 않을 시기라서 정말 사진 못 찾는 게 원통할 지경. (지금은 작업 저장 문제도 있고 해서 가능한 모든 자료들은 외장하드에 몽땅 백업하는 중이다.) 참 웃긴 점은 2018년 1월 프랑스에 도착하기 전 사진들은 나름 구글 드라이브에 잘 저장해놨다는 것이다.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는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사진으로만 따르면 완전한 공백이다. 내 모든 구글 계정과 네이버 클라우드, 외장하드를 제외한 내가 백업을 해둘 만한 두 개의 USB 어디에서도 이 시기의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구글 계정은 아무리 뒤져도 애초에 백업해둔 사진이 없었고, usb하나는 인식 불가, 나머지 하나는 어디다 처박아 놨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고, 네이버 클라우드는 정말 클라우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1년 휴면 계정 통보 후에 모든 데이터를 삭제해버렸다. 사실 네이버보다는 구글을 선호했던 터라 십 대 때 학교 다닐 적 사진이나 그 당시 여행했던 사진 빼고는 없을 거라는 게 확실하지만, 그 학교 다닐 적 사진이나 여행사진이 정말 소중했던 추억인데... 1년 동안 미접속 시 휴면 계정 전환이 된다는 건 알겠다. 휴면 계정이면 다시 살렸을 때 데이터 복구를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휴면 계정으로 바뀔 시 바로 네이버 서버에서 영원히 데이터가 삭제된다니ㅋㅋㅋㅋㅋ 뭐 서버도 한계가 있을 거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네이버를 자주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좀 더 편리를 제공하고 싶은 게 이해가 가는 건 사실이지만... 오랜만에 클라우드를 열어봤는데 텅 비어있었던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냥 네이버 클라우드는 다시는 이용 안 할 듯. 믿을 건 외장하드뿐이야...ㅠ

 

그래도 블로그를 시작하며 희미했던 여행의 기억들을 되살려볼 수 있고, 그때의 설렘과 자유로움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기에, 사진이 없더라도 내가 했던 여행 경험담들은 계속해서 적을 것이다. 라 호셸 포스팅은 사진이 없었지만 구글 지도를 보면서 혼자 '아~ 해변이 이쪽이었구나!' 하면서 다시 탐방을 하는 기분이 좋았었고, 솔직히 여행 다닐 때는 좀 아무 생각 없이 다님+기억력 쓰레기 이 콤보로 정말 느낌 정도만 남아있었다면, 블로그를 위해 여러 정보와 구글맵을 찾아보며 다시 제대로 여행하는 기억이 들어 좋았다.

디즈니는 사진이 전부인 경험담이라 포스팅에 좀 무리가 있겠지만, 파리에서 했던 여행의 발자취는 구글맵을 따라서 좀 더듬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했던 터라, 굳이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이 없어도 알찬 정보글로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구글에서 여행했던 장소의 몰랐던 정보를 새롭게 찾는 재미도 있었다. 낭트도 비록 사진 한 장 남지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글을 써보려 한다. (일단 실제로 방문했던 곳 위주로 적은 뒤, 그 후에 내가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도움이 될만한 관광 정보를 쓰겠다.)

 

Nantes

 

프랑스 부르따뉴 지방에 있는 대도시다. 예전 메츠 포스팅에 내가 도시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이 스타벅스의 매장 개수와 KFC 매장의 위치 이 두 가지라고 했는데, 하나 까먹은 게 있다. 바로 트램(TRAM)의 유무이다. 트램은 파리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큰 도시 규모를 자랑하는 곳에만 있는 교통편이다. 예를 들어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니스 등등. 아마 프랑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 또는 프랑스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이 세도시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낭트에도 트램이 있다. 낭트 기차역에서 내려 바로 트램을 탔으니 사실상 트램이 나에게 낭트의 첫인상이었는데, 그 안에서 십 대들이 대/^^/마.... 혹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쳐다보거나 일부러 이동하는 등 의식하고 있다는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내릴 때까지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한정거장 먼저 내렸다. 연기가 자욱했던 그 트램의 내부 풍경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강렬했기에 그 뒤로 한동안 낭트가 범죄의 도시처럼 보였었다... 날씨도 우중충하기도 했었고... 

 

트램에 내려서 뭔가 우중충한 날씨에 한참 걸었던 기억은 있는데, 도저히 어디부터 구경했는지, 동선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좀 기억을 더듬어보려 해도.... 그래도 여기저기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닌 건 맞는지 여기저기 내가 들렸던 장소들이 눈에 띄기는 했다. 그래서 일단 방문한 곳을 다 적기는 할 건데, 동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순서이니 방문하게 된다면 지도를 참고해서 효율적인 동선을 짜길 바란다.

 

Museum d'histoire naturelle(낭트 자연사 박물관)

 

 

이미지 출처 : 박물관 공식 사이트

 

이미지 출처: 박물관 공식 사이트

 

사진을 보다시피 자연사 박물관으로, 거의 모든 동물들과 곤충들의 박제와 뼈 모형, 화석들과 다양한 돌 샘플(?)들이 있는 아주아주 흥미로운 장소다. 이미 멸종된 동물이나 희귀한 멸종위기 종 곤충,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사실 박제라는 것에 좀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렸을 때 어딘가에서 방치되고 훼손된 곰 박제를 보았기 때문이다. 죽어서도 저렇게 가죽이 멋대로 기워지고 채워져서 남는 것도 불쾌한데 제대로 관리까지 받지 못하다니. 때문에 개인적으로 박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낭트에서 잘 관리된 박제들을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물론 인본주의적 시선이긴 하지만, (일부러 박제를 위해 죽이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이렇게 박제로 남아서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였고, 또 멸종된 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이 허공에 붙어 있는 걸 보고 있으면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저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데미안 허스트식 박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는 알겠는데 거기에 굳이 동물을 그렇게까지 이용해야 했을까? 너무 그로테스크해서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다.)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동물들이 동물원 철창에 갇혀서 정신병 걸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현실세계에서는 시대와 환경을 이유로 절대로 함께 있을 수 없는 육해공의 생물들이 모여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물관의 묘한 분위기도 좋았다. 오죽하면 '이런 박물관 관리로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반짝거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예쁜 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나비들과 나방, 딱정벌레 같은 예쁜 곤충들이 한데 모여있는 표본들도 너무 좋았다. 사실 곤충 표본은 징그러울 법도 한데, 가만히 모여있는 모습이... 학구적인 태도를 요구한다고 해야 하나? 움직임이 없어서 그런 건지 오히려 자세히,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다. 

다른 도시에도 이런 박물관이 있을 법도 한데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낭트를 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재방문 1순위다.

 

 

Les machines de l'île (레 마 씬 드 릴/섬의 기계들)

 

이미지 출처 : 박물관 공식 사이트 제공

 

아마 낭트에서 가장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다. 낭트를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 1위. 섬의 기계들인 이유는, 이 박물관(?)이 낭트를 관통해서 흐르는 강 한가운데에 위치한, 지리적으로 섬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만 보면 놀이기구가 중심인 테마파크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저렇게 체험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꽤 있기는 하지만 놀이공원처럼 모두가 줄 서서 기다린다고 해서 타볼 수 있는 '항시 대기' 놀이 기구들이 아니다. 가이드가 없을 때는 안전 문제로 모두 작동이 중지되며 설사 가이드 시간에 맞춰 따라다닌다 하더라도 이 기계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가이드 눈에 띈 소수의 인원만이 체험해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보통 가이드가 선정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이다. 나는 사실 이 박물관이 뭔지도 잘 모르고 갔는데, (그도 그럴게 박물관 사진에 내부 사진은 잘 없고 신나게 저런 기계들만 타고 있는 사진들뿐이고, 가장 유명하게 뜨는 사진이 거대한 코끼리 모양 기계가 야외에서 걷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 걸 보고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어떻게 알아!) 운이 좋게도 가이드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

 

 

이미지 제공: 박물관 공식 사이트

 

 

 

이미지 제공: 박물관 공식 사이트

 

 

그때도 가이드가 여러 타고 놀 수 있는 장치나 움직이는 장치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저런 날아다니는 흥미진진한 새 기구는 보지 못했으니... 무섭게 생긴 커다란 거미 기계랑 귀엽게 움직이는 애벌레 기계 정도가 기억에 난다. 둘 다 타볼 수 있는 장치다. 저거 타본 어린이들 너무 부러웠다. 나도 마음만은 어린이인데!!!

 

박물관 위쪽으로 올라가면 뒤편에 기계들을 만드는 거대한 아뜰리에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유명한 거대 코끼리 기계가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방학도 여름도 아닌 애매한 시기라서 그런지 유명한 놀이기구들은 점검 보수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이트를 보고 시즌을 잘 맞춰가면 아마 이곳을 200프로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기계 태엽 돌아가는 소리는 좋아해서 그런 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스팀펑크를 좋아하거나 이런 기계들에 관심이 있다면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Passage Pommeraye(파사쥬 폼므 레. 쇼핑센터)

 

이미지 출처: 파사쥬 폼므레

 

언뜻 보면 화려한 궁전의 내부처럼 보이는 이곳은 꽤 큰 규모의 쇼핑센터이다. 19세기 중반에 르네상스 풍으로 지어진 역사 깊은 쇼핑센터로,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3층에 걸쳐 의류, 보석, 장식품, 향수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부티크들이 즐비하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다 비싸고 고급진 가게들이라 들어가 볼 엄두는 못 냈다. 슬슬 걸으면서 건물의 장식들과 고급품들을 구경하다 금세 나왔다.

 

 

Musée d'Imprimérie(인쇄 박물관)

 

 

 

이미지 출처: 구글맵

 

 

낭트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박물관. 구글에 낭트 관광이라고 쳐도 이곳을 추천하는 사이트나 블로그는 못 봤다. 나는 어느 도시던 관광하기 전 계획을 짤 때 무조건 구글 지도에 방문 예정인 도시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보기 때문에 이곳도 찾을 수 있었다. 타이포그래피나 시각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아트 쪽 학생이라면 필수코스로 강력히 추천한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오래되고 역사적인 인쇄기 구들이 잔뜩 있고 그중 일부는 여전히 작동한다. 여러 종이질감들, 다양한 방법의 제본, 금박 입힌 인쇄물들, 주물 찍어내는 소리에 환장하는 나에게 정말 천국 같은 장소였다. (2학년 학생 실습도 손 제본 전문으로 하는 아뜰리에로 갈 예정이다ㅋㅋㅋ) 거의 모든 시대의 인쇄 기계들이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되어있는 인쇄물들도 아주 역사적이고 오래된 책이나 작업물부터, 이곳에서 인쇄기계들로 작업한 현대의 포스터나 에디션들까지 정말 알차다. 

내가 막 도착해서 구경할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하러 온 건지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견학이라 그런지 가이드분이 설명도 하기 시작해서 나도 슬쩍 끼었다. 외국인이 신기한 건지 반가운 건지 하여튼 학생들도 나를 그들 무리에 끼워주었다. 원래는 그냥 뒤에서 슬쩍 보려고 했는데 학생들 몇몇이 친절하게도 나에게 영어로 설명을 해주면서 (프랑스인이 발음하는 영어라... 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중반부터는 아예 완전히 같이 견학하게 되었다. 덕분에 가이드분의 설명도 잘 들었고 (대부분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ㅋㅋㅋㅋ)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해준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근처 고등학교에서 견학을 왔단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이곳에서 만들어진 인쇄물들을 판매해서 몇 가지 구매했었다. 

 

내가 직접 방문했던 장소들은 이곳들이 전부다. 혼자서 1박 2일의 촉박한 일정이었고, 숙소를 찾는데 좀 문제가 있는 데다가 저렇게 네 군데 봤던 거 빼면 우중충한 날씨에 헥헥대면서 걸었던 기억만 있다. 그러고 보니 왜 대부분 내가 여행하는 시기에는 날씨가 안 좋은 건지... 기억을 되살리려 찾아본 낭트 관광 정보 중에 구경할 가치가 있는 곳들이 많아서 이제부터는 이 장소들을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1. 낭트 대성당 

-모든 도시처럼 낭트에도 대성당이 있다. 여느 프랑스의 대성당들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이고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 Musé d'Arts de Nantes/낭트 미술 박물관

-지상 3층, 지하 1층 총 4층에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되어있는 거대한 미술관으로 미술관의 외부와 내부도 매우 아름답다. 건물 구조가 넓은데 복잡해서 전시관을 건너뛰거나 길을 잃기 쉽다고 한다. 

3. 브르따뉴 성

-성이지만 도시 중심에 있어 금세 찾을 수 있다. 성 안에 역사박물관도 있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4. Miroire d'eau

-엥? 이곳에도 보르도처럼 물의 거울이 있다! 한국에도 동네마다 작은 분수들이 있어 어린이들이 노는 것처럼, 이곳이 스케일만 조금 클 뿐 나름 수요가 있는 도시의 장식물인가 보다. 꼭 갈 필요는 없지만 여행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여유를 느끼기에 좋은 장소일 듯.

5. Jules Verne Museum/쥘 베른 박물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유명한 작가 쥘 베른에 관한 박물관이다. 규모는 크지 않아서 금세 볼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다면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6. Jardin des plantes/식물원

-날씨가 좋다면 이 식물원을 구경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해도 좋을 듯. 

 

 

여담

 

이때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갔던 여행이라, 호텔을 예약할 때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정말 싼 호텔을 찾게 되었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바로 예매를 했는데, 엄청난 실수였다. 한국에서 살던 사람의 감각으로 숙소를 찾았기 때문에 시내에서 호텔이 몇 킬로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해볼 생각도 안 했던 것이다. 도시에서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며 몇몇 장소를 구경하고, 슬슬 피곤해져서 호텔을 가려고 하니 뭔가 이상했다. 그곳까지 가는 버스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애증의 구글 지도를 따라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면서 교통편을 찾으려고 했지만, 버스 한번 잘못 탔다가 국제미아가 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결국에는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구글 지도로 경로를 설정해보니 30분이면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거의 한 시간 반 넘게 걸었던 데다가 구글이 경로를 이상하게 설정해줘서 해도 졌는데 별 소름 끼치는 장소만 지나쳤다. 불 다 꺼진 학교로 추정되는 공터 앞, 시골길 같은 한적한 주택가, 묘지 옆, 불 다 꺼진 쇼핑센터의 야외 주차장... 걷다 보니 점점 시내에서 멀어져 한적한 마을, 그다음엔 고속도로...? 게다가 보조배터리가 없었다면 휴대폰 전원은 한참 전에 꺼졌을 것이다. 그때 엄마가 억지로 챙겨준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내가 여행 갈 때 귀찮아서 안 가지고 간다는 걸 엄마가 혹시 모르니 꼭 챙기라고 해서 가져온... 역시 엄마 말은 잘 들어야 한다.

 

상황이 점점 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어두운 밤이 된 터라 더 무서워졌다. 그래도 결국엔 호텔에 도착했는데, 이것도 무인 호텔이어서 한참 헤맸다... 힘들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는데 최대한 빨리 들어가려고 호텔 키를 주는 자판기를 이리저리 만져서 간신히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지 같게도 방문이 너무 빡빡해서 엄청나게 힘을 줘야 간신히 닫을 수 있었다. 보통 호텔들처럼 방이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 건물 밖에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바로 방문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 길을 지나가는 누구라도 계단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는 소리다. 

 

알고 보니 이 호텔은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을 위한 무인모텔 같은 곳이었다. 한국은 땅이 프랑스처럼 크지 않은 데다가, 중간에 휴게소나 쉼터는 있어도 호텔이 필요할 정도로 고속도로가 길지 않으니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모텔을 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아예 내 머릿속에 없었던 개념이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 생각해보면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고속버스는 있어도,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는 호텔에 내려주는 버스가 어디 있겠는가??? 완-전히 바보 같은 실수를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간신히 도착한 방에서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미리 사온 샌드위치랑 과자를 미친 듯이 먹었다. 그리고 완전히 뻗었다. 다음날에는 어떻게 돌아갈지 궁리하다가, (절대로 또 걸어서 시내로 돌아가기 싫었다.) 근처에 컨테이너형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에 버스정류장이 딱 하나 있는 걸 발견하고 다행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나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혹시나 싼 호텔을 찾게 되더라도 반드시 시내와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호텔 외관을 꼭 사진으로 확인할 것. 외부에 계단이 나와있는 숙소는 무조건! 시내 외곽에 멀리 떨어져 있는 호텔이다. 

 

 

(그리고 파리에서 숙소 요금을 아끼기 위해 또 비슷한 실수를 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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