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비어슬리 온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 1화~
프랑스에 놀러온 ㅎ언니와 ㅊ언니를 오랜만에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맘으로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싣은 나.
파리에 점점 가까워지고 그만큼 커진 설렘! 그런데 갑자기 ㅎ언니로부터 온 카톡이!?
'너가 ㅊ이랑 이렇게 내 뒷담까고 다니는 지 몰랐네. 피하지 말고 당장 전화 받아.'
보통 나는 아이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해두기 때문에 ㅎ언니로부터 온 몇 통의 전화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ㅎ언니는 저 카톡과 함께 어떤 이미지를 함께 전송해둔 상태였다.
ㅎ언니가 보낸건 ㅊ언니가 보낸 갠톡 캡처본이었다. 실제 캡처본에는 한국 특정 지명도 나오고 내 본명도 들어가 있어서 재구성해봤다.
(실제 ㅊ언니 카톡은 진짜 절망적으로 맞춤법이 틀려있었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파리에 간 ㅎ언니와 ㅊ언니는 오랜만에 둘이 만나기로 했고, 이사 준비로 바쁠텐데도 시간을 내준 ㅊ언니가 고마워서 ㅎ언니는 꽤 좋은 찻집에 데려가서 대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ㅊ언니는 가봐야 한다며 자리를 떴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런 카톡을 받게 된것.
ㅎ언니 입장에서는 ㅊ언니가 나한테 저 카톡을 보낸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ㅊ언니가 나보고 '야 ㅎ언니가 니보고 기니년이란다ㅋㅋ 니 드러운거 일찍부터 알았다면서 나한테 욕하더라? 허언증년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ㅊ언니 본인이 내 욕을 한 것 까지 ㅎ언니가 한 것 처럼 덤터기 씌우면서 뒷담을 한 줄 알았다는 것. 그래서 저렇게 화가 나서 나한테 전화받으라고 카톡을 한 거였다.
추측 자체가 아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다. 전 편에서 말했지만 난 분기에 두세번 연락할 정도로 연락 자체를 적게 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 겹지인들에게도 저런식으로 욕한적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단 한번도 없다. 저 카톡 캡쳐를 보고 나도 엄청나게 혼란스러웠고... 아무튼 오해를 푸는게 먼저라서 전화를 먼저 걸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상황 파악을 하던 중 기차 안이라 신호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통화가 끊어졌고, 오해를 깔끔하게 풀고 싶은 마음에 내 모든 카톡방과 인스타 DM방을 화면녹화로 다 캡쳐해서 보내줬다.
겹지인들과 있던 단톡방도 다 화면 녹화로 보내줬다. 애초에 찐쮜버거라서 뭐가 많이 없었다 하핫. 겹지인 단톡방도 다 몇 년전 것들이었고.
꺼흐흑 꾸에엑
그렇게 엄청난 멘붕을 겪는 와중에 파리 동역에 기차가 도착했다. 내 기차표는 뒤늦게 따로 사느라 남친이랑 떨어져 앉는 바람에 기차에 내려서 기다렸는데, 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주륵주륵 났다. 남친은 엄청 당황해서 무슨일이냐 물었고 나는 꺼흐흐거리면서 자초지종 설명했다.
울면서 기차역 바깥으로 나갔고 나가서 ㅎ언니랑 통화하는데 또 꾸에엑 울음이 나왔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상상도 못 해본 단어를 써가면서 나랑 ㅎ언니까지 욕한 것에 충격이었고, 대체 누구한테 저렇게 우리 욕을 한건지도 의문이었고, 오해 받아서 억울하고 하여튼 엄청나게 복잡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었다. 그래도 해외에 6년 짬밥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두 번 울고 차분해졌다. 시간은 좀 늦었고 위즐리댁은 파리 시외에 있어서 가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남친은 일단 ㅎ언니랑 ㅊ언니 둘 다 파리에 있으니까 내일 만나서 말하고,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위즐리네에 가자고 했다.
으니 근데 지금 내가 개빡쳤는데 밤새 잠이 오겠음?????????
(그새 충격 -> 슬픔 -> 분노 단계로 넘어감)
도대체 누구한테, 왜, 이런 욕을 한건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한건지 머릿속에 온통 시뻘건 물음표가 가득했다. ㅎ언니는 파리 동역에서 걸어서 30분정도 거리인 장소에 있다고 했다. 거기로 내가 가겠다고 했다. 시바 난 존나 알아야만했다. 대체 내가 왜 기니년인건지!!! 밥통에 밥 담아먹는게 왜 추잡스러운 년이 되는 일인 건지!!! 그런 것 까지 아니꼬울 정도로 내가 ㅊ언니한테 잘못한게 있는지!!!!
남친이 내가 시간도 늦었는데 파리를 혼자 걸어다닌다는게 걱정된 모양인지 같이 가줄까 물었지만.. ㄴㄴ여자 싸움에 남자 끼지마.. 그냥 너 먼저 가... 난 괜찮아.... 하고 먼저 보냈다.
충격과 분노의 소용돌이로 가득찬 머리통을 이고지고 30분을 걸어 ㅎ언니를 만났고, 늦게까지 여는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미 뒷담 오해는 어느정도 풀린 상태여서 그부분은 괜찮았지만 우리 둘 다 ㅊ언니가 던진 폭탄에 너덜너덜해져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함께 서로의 충격에 대해 말했고, 처음에는 슬펐지만 나중에는 점점 빡침으로 넘어갔다. 누구한테 욕한건지, 왜 그정도로 우리한테 화가난건지, 궁금한게 너무나 많았지만 궁금증을 해소해줄 당사자는 우리에게 허언증년과 기니년이라는 깜찍한 별명만을 지어준채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는 우리 겹지인들을 총동원해서 과연 누가 ㅊ언니랑 짝짝궁이 맞아서 뒷담을 깠을까 고민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도 없고, 이 일에 대해 영문도 모를 사람들을 가해자 역으로 맞춰보는 것에 찝찝함만 들 뿐이었다.
그렇게 약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만 입에 불을 뿜으며 나열하다가 헤어졌고 나는 시외지하철을 타러 이동했다. 그렇게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와중, ㅎ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뽀글아, 나 방금 ㅊ이랑 통화했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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