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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생의 삶/나만의대나무숲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1)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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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 취지로 쓸 정보글이 여러 개 있긴 한데 막상 쓰려니 귀찮아져 벌여.

정보글이 은근 사진도 옮겨야 하고, 사진 사이즈도 줄여야 하고

(직접 찍은 사진들이 용량이 좀 커서 올리는 입장이나 보는 입장이나 용량이 적어야 편함)

오류가 생기지 않게 내가 알고 있는 것도 더블 체크 해야 하고 잡다한 것들이 좀 있다.

 

그래서 그냥 올 상반기에 있었는 인간관계에 대해 연재 형식으로 적어볼까 함.

 

 

 

나는 소심한 찐따인간이라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편이다. 또한 이 넓고도 좁은 세상, 어떤 인간을 어떤 상황에 마주칠지 모르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완전한 파탄, 손절, 사이다 같은 일침 등은 그냥 인터넷에서나 읽고 마는 판타지단편소설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긴 인생은 아니지만 이십 대 후반까지 살아본 결과 엄청난 인격적 모독,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인간이 아닌 이상 그냥 웃는 얼굴로 넘어가면 언젠간 그 사람이 날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의외인 친근한 면을 깨닫는 기회도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엄청난 모독,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인간은 쉽게 마주칠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껄끄러움을 느낀 경우는 있었어도, 손절 수준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손절에 가까운 거 말해봤자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친구와 서서히 연락 횟수를 줄이며 멀어진 정도? 근데 아마 그 친구가 나한테 먼저 연락하면 다시 말 틀 것 같긴 함.

 

그리고 살면서 느낀 건데 난 눈치도 진짜 없다. 어떤 그룹에서 소문이나 가십이 돌면 그게 닳고 달아 더 이상 소문도 아니게 될 때 즈음 그래도 한 명쯤 있는 친한 사람이 들려주면 그때서야 알게 되는... (이런 사람 특 : 나 빼고 단톡방 있지 않을까 걱정함)

또 개인적으로 10대 때 좀 독특한 친구들을 많이 볼 기회가 있어서 그런가 엥간한 기행,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냥 '그런가 보다. 저게 좋은 가보다. 저러고 싶은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원래는 엄청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그런 성격이면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많이 고쳐졌다.)

 

그런데 좀 선천적으로 눈치 없고, 후천적으로 납득을 너무 잘하는 성격이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내 뒤통수를 갈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때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어학생으로써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았던 때다. 나는 어학비용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값이 저렴한 소도시를 골랐었다.

얼마나 소도시냐면, 시내를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에, 도시 인구가 대부분 은퇴노인들 아니면 이 도시로 상경한 타 도시 학생들이라

여름이면 도로에 자동차도 잘 안 지나가는 적막이 가득한...ㅋㅋㅋㅋ 그런 곳. 여름방학에는 진짜로 할 게 없어서 긱사에서 시내까지 하릴없이 걸어서 프로즌 요거트 하나 먹고 돌아오는 게 그나마 유희거리인 곳.

 

이렇다 보니 그 해 이 도시에 어학을 하러 온 한국인은 나와 한국인 언니 한 명뿐이었다. (앞으로 편의상 ㅊ언니라고 하겠음. 실제 이니셜과 무관) 이런 상황에서 서로 가까워지는 건 필연적이었다.

공부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비자 갱신할 때 맘고생도 같이 하고 여기저기 여행도 같이 다녔다. 남들은 해외에서 한국인들한테 오히려 더 상처받는다던데, 나는 어학 시절에 만난 소수의 한국인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ㅊ언니가 그랬다. 어학 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ㅊ언니도 함께였고, 함께 난관을 헤쳐나갔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 방학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ㅊ언니와 한국에서도 만나서 수다도 떨고 같이 치킨도 먹었다.

 

이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간 ㅊ언니와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면 레드플래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여러 일을 나열하긴 좀 그렇고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푼수끼가 있었다. 근데 그런 면이 보일 때마다 친구 콩깍지 때문에 'ㅊ언니는 정말 밝고 활기찬 사람이구나!', 'ㅊ언니는 소심하고 찐따같은 나와 달리 사회성도 좋고 여러 사람들을 많이 사귀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내가 납득을 잘 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그렇게 ㅊ언니와 2년 어학 후 나는 타도시 미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ㅊ언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 파리에 가서 어학을 계속했다.

안타깝게도 ㅊ언니의 어학-유학 생활이 그렇게 잘 풀린 편이 아니었다. 내가 학사를 졸업하고 올해 마스터(석사)에 올라갈 동안 ㅊ언니는 내내 어학생이었다. 이렇다 보니 예전처럼 즐거운 대화를 하기 어려웠다. 안부인사를 물어봐도 '난 이번에 학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 진짜 네가 부러워. 그래도 좋겠다 너 벌써 2학년이라고 했나?' 같이 대화가 흘러갔다. 어쩌면 내가 괜히 말 거는 게 ㅊ언니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입을 위한 언어시험이나 학교지원 결과야 좋게 나오면 어련히 ㅊ언니가 먼저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고, 분기에 두세 번 정도 간단한 안부인사만 묻는 정도로만 연락을 이어나갔다. 내가 어학시절 옆에서 지켜본 ㅊ언니는 같이 놀자는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금욕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그냥 잘 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려나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며 맘 속으로 늘 응원했다. 드물게 내가 파리에 갈 때면 꼭 ㅊ언니를 만나 식사도 한 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올 초? 즈음 ㅊ언니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프랑스 타도시에 있는 대학 입학을 했다는 좋은 소식과 함께!

진심으로 기뻤다!!! 나도 어학 할 때 대학 못 가면 어떡하나 엄청나게 스트레스에 시달렸기 때문에 더 내 일처럼 기뻤던 것 같다. 축하한다고, 파리 갈 일 있음 꼭 얼굴 보자고 했다.

그리고 얼마뒤에 아무래도 일반 대학은 외국인 학생의 입장에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라며, 자기 전공에 대한 공부를 좀 미리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늦게 시작했으니 낙제하고 싶지 않다고, 내 남자친구 부모님이 선생님들이니까 과외선생님을 좀 알아봐 주거나 전공서적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남자 친구 부모님은 나도 그렇게 스스럼없이 연락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쭤보고 내 나름대로 도와주었다. 아무래도 튜터링 비용은 너무 비싸서 못했지만 그래도 ㅊ언니 전공에 도움이 될만한 서적은 남친 부모님께서 몇 권 알려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졸업을 하고, 석사를 하기 전 자유의 몸을 되찾게 되었다. 이때 어학시절 친했던 다른 언니 (이하 ㅎ언니. 실제 이니셜과 무관)가 프랑스에 놀러 왔고, 같이 약 2주 동안 함께 남프랑스 여행을 했다. 그리고 원래는 여행일정 마지막 일주일을 내가 사는 도시인 메츠에서 보내기로 했는데 이때 모종의 끔찍스러운 이유로(이것도 인간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건 나름 금융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근데 나중에 맘 바뀌면 쓸지도?) ㅎ언니가 내 집에서 머무는 게 어려워졌다. 어떻게 보면 내 책임도 있었던 일이라 너무너무 미안했고...

ㅎ언니는 메츠에서 3일 정도 머무르다가 출국 전에 파리를 더 둘러보고 싶다고 하면서 파리로 떠났다. 

 

그렇게 아쉽게 작별을 하는 줄 알았는데, 때마침 파리 근교에 사는 남자친구 부모님 친구분들이 우리 둘을 초대했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위즐리네랑 비슷한 느낌의 집안이고 아는 사람 다 불러서 노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다. 파리에 가면 마지막으로 ㅎ언니도 볼 수 있고 오랜만에 ㅊ언니와 함께 다 같이 만날 수도 있어서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싣었고, 파리 동역에 거의 도착할 때 즈음, ㅎ언니로부터 카톡이 왔다.

 

'너가 ㅊ랑 뒤에서 내 뒷담을 이렇게 까고 있을 줄은 몰랐네? 피하지 말고 당장 전화받아.'

 

라고......

 

박명수-박명수짤-무한도전-무한도전짤-황당짤-당황짤-어이없음짤

 

 

 

 

 

-투 비 컨티뉴...

 

 

 


(나이는 ㅎ언니>ㅊ언니>나 순임. 어학 할 때 셋이 두루두루 친했고 한국에서도 다 같이 만나서 놀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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