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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생의 삶/나만의대나무숲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3)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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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슬리 온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 2화

ㅊ언니가 알 수 없는 제3의 인물과 함께 나와 ㅎ언니 뒷담을 깠다는 걸 알게된 우리. 그러나 그 후 ㅊ언니는 연락이 두절되고, 뒷담사건은 제 발 저린 ㅊ언니가 잠수를 타면서 미궁으로 빠지는 줄 알았으나...




“뽀글아, 나 방금 ㅊ이랑 통화했어.”


세상에, 당연히 잠수엔딩이 될 줄 알았는데 연락이 닿았다니! 게다가 ㅊ언니가 먼저 전화를 했단다. ㅎ언니는 ㅊ언니에게 이런저런것을 물어봤다고 했다.

ㅎ : 내가 대체 왜 허언증이냐? 내가 그런 욕 먹어야 할 정도로 잘못한게 있으면 알려달라.
ㅊ : 작년에 한국에서 언니가 약속했던 게 있지 않았냐. 근데 그걸 언니가 몇 번 번복해서 화가 났던 것 같다.

(잠깐 설명하자면...
대충 슬라임 만들기라고 치면 슬라임 샵을 하는 ㅎ언니가 우리를 초대해서 수업료나 재료비 하나 받지 않고 우리에게 체험시켜줬었다. 그리고 집 주소를 알려주면 완성된 슬라임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잊어서 우리에게 두 번정도 더 물어봤었다. 내 입장에선 슬라임 만들기 하면서 셋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게 더 가치있었고 돈 한푼 받지 않았기에 굳이 ㅎ언니가 또 시간과 택배비를 들여가며 배송해주지 않아도 괜찮았었다. 물론 ㅊ언니 입장에선 약속을 어긴거니까 마음에 담아놨을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ㅎ언니도 저 말을 듣고 나니 아차싶었다고 했다.)

ㅎ : 그건 너가 싫었을수도 있고, 이해가 간다. 그건 내 잘못이 맞다. 그런데 그 일로 내가 그렇게 싫었음 나한테 직접 말을 하거나, 그것도 싫었으면 오늘 나를 안 만나면 되는 일 아니냐? 어떻게 뒤로는 허언증 거리면서 앞에서 그렇게 웃고 포옹하고 보고싶었다느니 만나서 너무 좋다느니 그런 소릴 하냐? 소름끼친다.

ㅊ : 약속 안지킨 것 때문에 내가 말을 너무 과하게 한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

ㅎ :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욕을 대체 누구한테 한거냐? 우리 겹지인임??

ㅊ : 절대 아니다. 사실 엄마랑 통화하면서 친한 친구들 소식이나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할 때 내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문자로 이렇게 한 건 처음이다. 그래서 이런 실수(?)를 한 거다. 엄마도 이거 나쁜 습관이라고 고치라고 여러번 말했는데 내가 못 고쳤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거다. 정말 미안하다.

ㅎ : 들어보니까 나도 잘못한게 있다. 나는 널 병신이라고 생각할테니까 너도 그냥 나 병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 끊자.


대충 통화는 이렇게 흘러갔다고 했다.
그럼 이제 이 일은 해결이 된걸까?

 

ㄴㄴ 내가 남았잖아요. ㅎ언니는 그래도 ㅊ언니랑 통화해서 이런저런 자초지종도 듣고, 영혼은 없었다고 했지만 사과도 받았고, 직접 관계도 끝내면서 막을 내렸지만, 가만히 있다가 영문도 모르고 추잡스러운 년이 되어벌인 나는 어찌라는겨??????? 내가 ㅊ언니한테 카톡을 안 보낸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날 새벽이 다 되도록 난 답장을 받을 수가 없었다. 슬슬 분노 단계에서 인생 최고로 빡쳐서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수준까지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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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피하면 내가 직접 가면 되잖아?'

 

생각해보니 ㅊ언니가 예전에 놀라오라면서 자기 집주소를 준 적이 있었다. 어짜피 위즐리네 집에 있어도 갑갑한 마음에 편히 놀지도 못하는거, 그냥 직접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비장하게 잠을 자고, 난 아침 여덟시 쯤 일어나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솔직히 프랑스 집들은 그렇게 보안이 빡쎈 편은 아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빌라같은 오래된 건물들인데 그냥 그 건물 사는 누군가가 대문 열고 나올 때 샤샥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보통 0층(한국으로 치면 1층)에 우편함이 있어서 이름도 확인 가능하고. 건물 꼭대기 하녀방에 사는 건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적당히 건물 안에서 한 두시간 기다려보다가 꼭대기층 올라가서 집집마다 문 다 두드려보면 되겠다, 는 심산이었다. 아니면 보통 대문 옆 벨 버튼마다 사는 사람 이름이 붙어있으니까 나올때까지 계속 벨이라도 미친듯에 누르면 되겠지 싶었다.

 

 

아이고, 그러나 그녀는 운이 참 좋았다. 내 평생 프랑스 빌딩 중에 저정도로 보안이 좋은 집은 처음 봤다. 예전에 내가 살던 신식 아파트도 누가 대문만 열어주면 쉽게 엘베타고 진입이 가능했는데, 이 건물은 달랐다. 건물 구조가 낮은 층은 부르주아들이 다 넓게 틔어 놓고 한층을 한 집이 통채로 쓰는 형식에 돈 없는 사람들은 꼭대기 작은 하녀방들에 세들어서 다닥다닥 사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안쪽에 하나 더 있는 문을 들어가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날이 뭔 청소날이었던건지 건물 안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청소부 아주머니가 엄청 수상하게 보기 시작했고... 나한테 누구 만나러 온거냐 하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편박스에 ㅊ언니 이름이라도 찾을 수 있음 '나 얘 친구인데 연락이 안돼서 걱정되서 왔어ㅠ' 하면서 좀 들어가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리봐도 그녀의 이름이 보이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사는 거지??????????

 

 

친구가 걱정되서 찾아온 갸륵한 외국인 유학생 행세도 할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기다리면 이사 때문에 쓰레기 버리거나 뭘 사거나 하려고 한 번쯤은 나오겠지, 싶어서 한 12시 넘어서까지는 기다려봤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너무 수상하게 생각해서 바로 앞에서도 못 기다리고...ㅎㅎ... 그 와중에 급똥 마려워서 급하게 근처 카페에 핫초코 시키고 화장실도 갔다가, 근처 중고용품 상점에서 10유로 주고 구두도 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그 날 날씨도 좀 꿀꿀했고. 마음같아서는 저녁까지도 있고 싶었지만 그 쯤 되니 솔직히 왜 피해자인 내가 이따구로 주인 기다리는 똥개마냥 안절부절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려야하는지, 싶었고. 그래서 그냥 슬슬 걸어서 갤러리 라파예트 구경도 좀 하다가 다시 위즐리댁에 돌아갔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했냐고? 절대 아니다. 난 ㅊ언니에게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했다. 그래봤자 카톡이랑 이메일, 문자 정도였지만 감감무소식이었고... 어쩔까 머리를 굴리다가 최후의 수법을 쓰기로 했다. 멀티프로필을 만들어서 ㅊ언니한테만 보이게 프로필 사진을 뒷담카톡 캡쳐본으로 바꿨다. 그리고 프로필 문구에 '연락해' 라고 적어둠. 이게 무슨 소용이냐? 싶겠지만, 상대가 ㅊ언니기 때문에 통할만한 수법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간 내가 지켜본 그녀는 온라인 세계에 꽤나 눈이 어두웠다. 솔직히 그 순간엔 이 언니 백퍼 멀티프로필이 뭔지도 모를거라고 확신했다. 아마 내가 남들도 다 볼 수 있게 프로필 사진을 바꿨을거라고 착각하고, 자기 평판이 떨어질까 놀라서 연락할 것 같았다. 

 

 

 

저녁즈음, ㅊ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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