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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생의 삶/나만의대나무숲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5)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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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슬리 온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 4화~

 

(사실 3화까지 쓰고 너무 별 것도 아닌 사생활을 떠벌리나.. 좀 현타가 왔었다. 그러나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달려보련다...!

그런 김에 4, 5화 연달아서 올림. 6편이 마지막이에용.)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ㅊ언니와의 연락이 닿은 나.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카페에서 직접 대면하기로 한다.

 

말싸움못하는사람특징-눈물-눈물짤-분노-화남-부들부들

 

사실 머릿속에서 ㅊ언니를 만나는 시뮬레이션을 여러번 했었다. 난 화가 나면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리고, 눈물이 줄줄 새고, 몸이 와들와들 떨리는, 한마디로 '말싸움 못 하는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래서 ㅊ언니 앞에서도 백 프로 저럴 것 같아서 걱정이 됐었다.

 

ㅊ언니를 눈 앞에 두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서 놀라웠다. 아마 감성적인 부분이 없어지고 순전히 목적 달성만을 위해서 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 놀랐던 점은 바로 ㅊ언니의 모습이었다.

내 기억 속의 ㅊ언니는 굉장히 활발하고 밝은 사람으로, 눈이 반짝반짝했었다. 그 부분이 내가 ㅊ언니를 좋아하는 점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눈 앞에 있는 ㅊ언니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표정이 어두운 거야 뭐 좋은 일로 나온 게 아니니 그렇다 치는데 눈빛이 완전히 죽어있었다. 내 앞에서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냥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 있구나, 씁쓸했다. 

 

나는 ㅊ언니에게 내가 밥솥에 밥 넣어먹는 것마저 그렇게 꼴 보기 싫은 만큼 내가 잘못한 게 있냐고 물었다. 남들이 듣기에 정말 사소한 일이라도 언니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다. ㅊ언니는 내가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 '네가 나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어, 아니야 진짜 하나도 없어 뽀글아,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백 프로 잘못한 거야'라고 했다.

하...

 

어쨌든 두번째 목표를 위해 ㅊ언니에게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사실 안 주면 어떡하나, 다 떠벌릴 거라고 협박이라도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폰을 받을 수 있었다. 카톡 아이콘을 꾹 눌렀다. 채팅방 버튼을 눌렀다. 허탈했다. 카톡 채팅 내역이, 정말 딱 두 개밖에 없었다. '엄마' 그리고 나랑 한 채팅. 이러면 뭐 완전한 증거인멸 아닌가. 순순히 휴대폰을 준 이유가 있었다. 사실 완전히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엄마' 채팅 방도 들어가 보니 별 거 없었다. 최근에 생성된 카톡 방이었고. 혹시나 싶어 카톡 검색으로 내 이름, ㅎ언니 이름 등등 이것저것 넣어봐도 단 하나도 나오는 게 없었다.

 

ㅊ언니는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근데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휴대폰 용량이 너무 없어서 내가 카톡이 끝나면 다 지워'라고 횡설수설 변명했다. 말이 되냐!!!

 

ㅊ언니는 정말로 자기 엄마가 뒷담 대화 상대라고 했다. 보통은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그날 그날 들은 친구들 소식이 있다면 그걸 가지고 저렇게 말을 했다고 했다. 그냥 소식을 전하는 건데, 자기가 그냥 말을 좀 세게 한 거라고. 친한 사람일수록 저렇게 말한다고 했다. 계속 혼자서 어학만 하고 스트레스도 심해서 말이 자꾸 저렇게 나간 것 같다고. 한마디로 자기 좀 스트레스받는다고 친구들 일을 자기 멋대로 왜곡해서 신나게 씹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써먹은 거라는 거다. 아무튼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 이 일 덕분에 나 자신을 돌아봤다, 부끄럽고 앞으로 바뀐 사람이 될 거다, 하는데 그냥 뭐 어쩌라는 건지 싶었다. 

 

휴대폰을 받았을 때 내 카톡방에다가 ㅊ언니 어머님 전화번호 연락처도 이미 보내놨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이유가 없었다.

번외로 마지막 목표가 남아있긴 했다. 추잡스러운년, 기니년이라고 욕먹었으니 나도 저 언니 맘을 할퀴어놓을 말 한마디쯤 해주자.

 

'언니. 나나 ㅎ언니가 그렇게 우습고, 남을 그렇게 함부로 무시하고 싶으면 그럴만한 능력이라도 되던가. 아님 그렇게 욕하는거 안 들킬 지능이라도 있던가,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착하기라도 하던가. 언니는 지금 셋 중에 단 하나도 못 하고 있잖아.'라고 했다.

 

ㅊ언니는 내 말에 동의했다. 동태눈깔한 사람한테 저런 말 해봤자 소용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발끈하는 게 있었음 나도 저기에 더 보태서 쌍욕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허탈하기만 했다.

 

'언니. 난 언니가 계속 그렇게 살던지 더 나은 사람이 되던지 신경 안 써. 난 언니랑 더 이상 인연 이어나갈 것도 아닌데 무슨 소용이야? 그리고 언니가 너무 연락이 안 돼서 답답해서 여기저기 퍼뜨리겠다고 한 거지 진짜 그럴 생각은 없어. 솔직히 그냥 친구 좀 뒷담 한 게 언니 앞길 망칠 만큼 큰일도 아니잖아. 남들 보기에 나까지 우습기밖에 더 하겠어? 난 어차피 언니한테 사과받자고 나온 거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 나온 거야. 그리고 다 물어봤고.'라고 말하고 계산하려고 일어났다. ㅊ언니는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했는데 그냥 웃기기만... 됐다고 하고 카페 밖에 나와서 떠나려고 하니 날 쫓아와서 붙잡았다. 이렇게 날 보내면 맘이 너무 안 좋다나.

아니, 그럼 손절했는데 앉아서 근황이라도 나눌까??? 그걸로 또 무슨 욕을 하려고??? 어이가 없어서 '진짜 미안하면 이렇게 붙잡지도 마'라고 뿌리치고 그대로 위즐리댁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었다.

 

 

돌아가는 길에 ㅊ언니 어머님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뒷담 캡쳐본과 함께.

 

대충 내가 보낸 내용을 요약하자면 '나는 님 딸이랑 몇 년이나 친하게 지낸 사람이고 믿었는데 나 포함 친하게 지내던 다른 사람까지 이년 저년 하면서 욕하는 걸 알게 됐다. 변명을 들어보니 가까울수록 쎄게 말한다는데 당사자 앞에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어머님한테 저렇게 우리를 욕했다는데 솔직히 그것도 믿기 힘들다. 이 카톡을 보내는 이유는 그냥 ㅊ언니가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가 한 추잡스러운 짓이 알려져서 수치심을 느꼈으면 좋겠어서다. 좋지 않은 일로 연락드려 죄송하다.' 정도였다.

 

 

어쨌든 사과도 받았고 면전에서 직접 해결했는데 굳이 부모까지 걸고 넘어져야겠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순간에 나는 저것까지 해야 완전한 종결이라고 느꼈다. 스스로 성숙한 대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카톡을 보니 내용이 좀 선 넘는 부분도 있긴 했구나 싶지만.. 메세지를 보낸 것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 상습적으로 몇 년 동안 내 욕을 얼마나 했을까 생각하면 과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밥 솥에 밥 넣어놓고 먹는 것도 추잡하다고 욕하는 마당에 나한테 듣는 내 소식 하나하나 얼마나 비꼬았겠냐고요.. (게다가 ㅎ언니 말로는 파리에서 ㅊ언니랑 만났을 때 내 소식을 꽤나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했었다.)

 

엿 좀 먹어봐라, 이런 맘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아무튼 저렇게 카톡을 보내고 기운 없어서 멍하니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ㅊ언니 어머님이었다.

 

물음표-어이없음-당황-황당-어이없음짤-당황짤-황당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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