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비어슬리 온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 5화~
ㅊ언니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ㅊ언니 어머님께도 장문의 카톡을 보낸 나.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전화가 울렸다.
ㅊ언니 어머님이었다.
답장이나 하나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솔직히 어디다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서 보낸 카톡인데 정말 전화까지 올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다. 피할 이유가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별 내용은 없었다. 딸이 자신과 통화할 때마다 저렇게 친구들 욕을 하는 게 맞았다. 너무 심해서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딸이 어학생활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느껴져서 강하게 말하지는 못했다. 자기 잘못이다. 이런 말들이었다.
하아아아아아.... 잘못한 당사자도 아닌 어머님한테 저렇게 사과 들어봤자 뭐 하겠냐고요.... 죄송스럽기도 하고 현타도 오고...
'저도 타지에서 몇 년이나 살았으니까 맘 고생하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근데 저는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고 좋은 친구들 욕을 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하니 또 미안하다는 말만 엄청 하셨다. 어찌어찌 통화를 마무리 지었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전히 방전됐다.
위즐리댁 아주머니나 아들들한테는 자세히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남친이 대충 설명은 한 모양이었는지, 집에 도착하니 아들 중 하나가 '그 빗취는 잘 만나고 옴?' 하고 물었다..ㅋㅋ.... 잘 만나고 오긴 했지...^^
그 후로 완전히 연락은 끊겼다. 딱히 내 쪽에서 차단하지는 않았고, 진짜 이해는 안 되지만 ㅊ언니 쪽에서도 날 차단한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그렇게 욕한 거 들켜놓고 정정당당하게?? 다시 연락한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긴 함)
세상이 좁고 앞 일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나와 ㅊ언니의 인연은 완전히 끝났다.
2주 동안 사람 손절을 두 번이나 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이거 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고생을 2주 동안 엄청나게 했고 1차 손절(ㅊ언니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육체적 손실과 경제적 손실, 그리고 2차 손절로 정신적 손실을 입었으니 교훈이라도 얻어야 했다.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스스로 방지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일평생 저런 드라마 같은 거 한 번도 안 겪어보다가 2주 사이에 저렇게 휘말린 게 레전드.
~내가 반성할 점~
-래드 플래그를 빨리 캐치하지 못한 점
-래드 플래그를 좀 느꼈더라도 상대방이 나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지속했던 점
-만만하게 보인 점
-사람 골라가며 사귀지 않은 점
-> 그러나 나부터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사람을 골라가며 사귄다는 게 너무 오만하게 느껴져서... 그리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맨날 환불 메이크업이라도 하고 다녀야 됨? 남들이랑 대화할 때마다 기싸움을 맨날 해야 하나??? 윽...
그리고 내가 내 인생 행복하게 사는데 그걸 낮춰보는 사람이 문제 아님????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개선점은 적당이 합의 봤다.
~개선할 점~
-마음을 완전히 닫지는 말되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래드플래그는 빨리 캐치할 것.
-래드플래그를 캐치한 후에는 나만의 선을 정하고 넘는 것을 허용하지 말 것.
-너무 내 이야기를 많이, 쉽게 하지 말 것.
-푼수인 사람을 멀리할 것.
-푼수가 되지 말 것.
-나보다 나은 부분은 받아들이되 그것만 가지고 그 사람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것.
정도다. 참고로 내 기준 푼수 -> '말과 행동이 가볍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며 무책임한 면이 보이는 사람'이다.
마지막은 아무래도 내가 소심하고 사교활동도 잘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푼수 같은 사람을 '사회활동을 잘하고 친구도 잘 사귀는 멋진 사람!'으로 받아들였다가 두 번이나 피본 거라서 적어봤다.
-번외-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ㅎ언니에게도 솔직히 이야기했다.
'저 카톡으로 바로 나를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화내서 너무 속상했다', 고.
ㅎ언니 입장에선 자기 혼자 한국에 사는데 ㅊ언니랑 나는 같은 프랑스에 사니까 훨씬 대화도 많이 할 거고, 더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ㅊ언니가 당연히 친한 나에게 저렇게 뒷담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한테 사과도 했다. 들어보니까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ㅎ언니랑은 여전히 친한 친구다! :)
-번외2-
그래서 대체 밥솥에 밥을 어떻게 해 먹었길래 추접스럽다는 소리를 들었냐? 한다면... 어학 당시에 긱사에서 살았고 때문에 공용 부엌을 이용해야 했는데 내가 소심한 성격+스몰토크 싫어함+그냥 밥 좀 해 먹자는데 내버려 둬라 좀 이런 성향이었다. 그런데 공용 부엌은 아무래도 밥때만 되면 애들이 여러 명 몰려서 돌아가면서 가스도 써야 하고, 좀 이상한 애들도 있었다. 난 그게 너무 싫어서 어학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캠핑용 밥솥에 밥을 한 다음, 부엌에 아무도 없을 때 채소랑 소시지 같은 걸 섞어서 샤샥 볶은 다음에 다시 밥솥에 넣어 놓고 방 안에서 먹었었다. 보온용으로 해두면 원할 때마다 따뜻한 볶음밥을 먹을 수 있어서 나에게 있어서 좋은 방법이었다. 물론 밥솥 열어서 숟가락으로 퍼먹고 남긴 거 또 퍼먹고 하는 게 사람마다 좀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니 내가 ㅊ언니한테 내 침 묻은 밥을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ㅎㅎ
+예고편
과연 <파리에서 날 울린 그녀>를 연재하면서 간간히 이야기했던 첫 번째 손절 썰은 무엇인가?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육체적+경제적 손실이 일어났다는 것일까? 번외 3으로 짧게 써보려 했으나 도저히 압축이 안 돼서 <메츠에서 날 울린 그 사람> 연재 예정! 개봉 박두! 그러나 최대한 짧게 쓸 예정이라 3편 안에 끝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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