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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경험담

내 인생의 첫 알바였던 빵집 알바 후기

by 거품벌레뽀글뽀글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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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알바를 하는 대학생
빵집에서 일했을 때 사진이 딱히 없어서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ㅎㅎ

 

 

블로그 첫 글로 무엇을 쓸까 고심하다가, 역시 내가 직접 보고 겪은 경험들을 쓰는 것이 유익할 것 같고, 또 나도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 중 남들이 읽기에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은! 알바 썰이 아닐까..!

내가 엄청나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알바를 해봤다.

빵집 알바, 행사 진행요원, 마트 시식코너, 미술전시 큐레이터, 심지어 길에서 불법으로 타로를 봐주는 노상에서 손님을 호객하고 줄 세우는 알바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적을 알바 경험담은 바로 빵집알바이다. 왠지 문제가 될까 무서워 상호명은 적을 수 없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빵집 브랜드 중 하나에서 일을 했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한 아르바이트이기도 하다. 벌써 6년 전에 했던 알바지만, 내 첫 알바이기도했고, 2년 동안 했던 알바라서 기억은 생생히 남아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른이 된 기분을 만끽하던 나는, 조금이나마 직접 돈을 벌어보고 싶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등록금에 자취방 월세에 용돈까지 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조금은 혼자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키웠던 기니피그 칠월이 (지금은 기니 별에서 먹고 싶은 과일을 마음껏 먹고 있겠지)의 사료값은 스스로 벌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엄마가 나에게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빵집 있지? 거기서 아르바이트 뽑는다고 종이를 붙여놨더라"라는 뜻밖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평일에는 대학교 근처에서 수업을 듣고 자취를 하며 주말만 본가에서 가족들과 지내던 나에게 집 근처 주말 알바는 좋은 기회였다. 문제는 내가 당시에 머리를 빡빡 민 빡빡이 었다는 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빡빡이인 상태로 면접을 볼 생각을 한 나도 엄청 이상하고 용기 있던 놈이었네!) 그러나 당시에는 딱히 내가 빡빡이라는 점이 서비스직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당당하게 면접을 보러 갔다. 빵집에서 중년의 사모님과 면접을 봤는데, 너무 떨려서 자세히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감사하게도 나를 참 좋게 봐주셨다는 거다. 그래서 바로 채용되었다! 주말부터 일을 하기로 했고, 이틀 정도 잠깐 나와서 일을 배우기로 했다. 

 

처음 배우는 것들이라 너무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레시피를 까먹지 않기 위해, 실전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위해 엄청 긴장하면서 배웠다. 레시피도 다 직접 메모하고 모르는 것들은 그때그때 바로 물어봤다. 기본적인 커피 메뉴들, 달달한 초코음료들과 스무디 만드는 법을 배웠다. 주말이 와서 일하는 첫날이 되기 전까지 틈틈이 메모를 보면서 레시피를 외웠다. 또 포스기 쓰는 법을 배웠고 (수많은 할인카드들과 적립들...) 빵집 특성상 제품 바코드가 없는 빵을 계산하려면 직접 빵 이름을 외워서 포스 기를 찍어서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빵 이름도 열심히 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게 첫 알바였고, 실수도 많이 했고, 허술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사장님도 나 못지 않게 대충 장사를 하는 분이었기 때문에 (위생을 대충 신경 쓰신다는 건 아니라는 것!) 얼레벌레 2년 동안 무사히 알바를 했던 것 같다ㅋㅋㅋ

사장님은 나이든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나와 제빵기사님에게 간섭을 한다던지 잔소리하는 타입은 아니셨다. 오히려 약간 운영을 귀찮아 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에휴...' 하면서 나름 해야 할 일은 다 하시는 편?ㅋㅋㅋ 칼이 무뎌지셨다면서 엄청 큰 칼을 한 손에 쥐시고 빵집 앞에 도로를 무단 횡단하셔서 그 앞에 횟집에서 칼을 갈아오시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장님이 좀 험악한 비주얼이셔서 더... 

나는 오후-마감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남아서 팔지 못하는 빵이라던지, 곧 폐기해야하는 생크림 케이크도 거의 매일 주셨다. 식빵 써는 기계도 괜히 알바시켰다가 다치면 큰일이라면서 절대 만지지 못하게 하셨다. 식빵 찾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바게트 써는 빵칼로 잘라주라고 하심.

사모님이 오히려 자꾸 할일없으면 오셔서 옆에서 잔소리를 하셔서 약간 귀찮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친절하신 분들이었고 또 월급도 꼬박꼬박 주셨다. 수학 못하는 내가 가끔 월급을 확인하고 '엥? 왜 더 많이 주셨지? 보너스인가 봐!'라고 생각했을 정도ㅋㅋㅋㅋ(이건 그냥 내가 계산을 못한 거지만... 수학을 너무 못해서 받을 월급 덜 받아도 모르고 좋아할 거라는 아빠의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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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빵집에 출근해서 할 일을 쭉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오후에 출근을 하면 오전 오픈 담당인 알바 언니에게 남은 일, 할일을 전달받는다. 오픈 조는 손님이 많이 없는 대신 엄청 일찍 나와야 하고 아침에 나오는 모든 빵들을 진열해야 해서 힘든 모양이다. 보통은 식빵이 나와서 식혀지고 있고, 다른 포장되어야 할 빵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미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다시 예쁘게 진열하고, 진열대에 있는 상품들도 좀 정리한 다음, 빵들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처음 일할 때는 빵 포장을 진짜 못해서 옆에서 사장님이 한숨 쉬셨는데ㅋㅋㅋㅋ이제는 엄청 잘한다. 지금도 손에 배어서 곧잘 부채꼴 모양으로 휘리릭 접는다. 포장한 빵들을 다시 매장에 진열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식은 식빵들을 자르기 시작한다. 그전에 식빵을 찾는 분은 오히려 통짜 식빵을 노리고 오시는 분들이라 그냥 빵 봉투에 후루룩 담아주고, 식빵이 덜 식었으니 봉투를 열어두었다고 따로 말해드리기만 하면 된다. (따끈한 식빵은 봉투를 닫으면 습기가 차서 눅눅해진다...) 아무튼 사장님이 식빵을 숭숭 썰면 나는 그걸 빵 봉투에 담아서 포장한 다음, 매장에 진열한다.

그다음엔 샌드위치 만들기! 채소랑 토마토 씻어서 이미 만들어져있는 양념된 닭고기를 순서대로 척척 쌓은 다음에 잘라서 샌드위치용 통에 넣고 진열하면 된다. 팁은 채소랑 토마토 물기를 잘 빼야 한다는 점! 이 레시피대로 가족 나들이 갈 때 샌드위치 만들었었는데 엄마가 너무 맛있다면서 좋아하셨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으면 제빵기사님이 생크림 케이크를 사이즈별로 몇 개씩 만들어서 내놓기 시작한다. 생크림 케이크는 엄청 연약하니까 냉장 진열장에 넣을 때 조심해야 한다.... 실수로 옆에 있는 케이크를 찍기라도 하면...ㅠㅠㅠ

그나마 기사님이 계실때는 수습이 가능하지만 기사님이 안 계시면 손님이 그 케이크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동공 지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늘빵을 만든다. 기사님이 바게트를 잘라서 주시면 이미 준비되어있는 마늘 시즈닝을 슥슥 바르면 된다. 그러고 나면 기사님이 다시 가져가서 굽고, 나는 그걸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포장한다. 갓 구운 마늘바게트 정말 맛있다... 대신 포장할 때 꼭 네 조각씩 넣어서 개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개수가 딱 떨어지면 맛볼 수 없다. 힝

(+제빵 기사님은 나보다도 키가 작고 뽀짝한 분이셨는데 (내 키가 150초반이다) 아무래도 뜨거운 오븐과 가까이 일을 하시다보니 팔과 손에 데인 크고 작은 흉터가 엄청 많으셨다. 몸에 상처가 남을 정도로 노력하시고 열중하셨다는 점이 엄청 멋있고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계산하고, 음료를 만들고, 매장을 청소하고... 여름이면 빙수도 만들어야하는데 설거지가 엄청나서 빙수 시키면 정말 싫었다... 인터넷에서 도는 진상 썰만큼 엄청난 손님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곳에서 자꾸 트집을 잡거나, 할인 시스템을 이해를 못 하셔서 왜 할인을 안 해주냐고 짜증을 내는 손님들, 그리고 무례한 손님들은 종종 있었다. 그래도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내가 실수해도 절대 당황한 티 내지 않고 "포스기가 또 이상하네요!" 라던지 "저는 아르바이트생이라서 그 부분은 잘 몰라요^^" 라면서 침착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마감때가 가까워지면 매장을 한번 싹 청소하고, 다 팔려서 비어버린 빵판들을 싹 모아서 빵부스러기들을 털고 빵 이름이 적혀있는 태그들을 모아서 정리한다. 그리고 포스기에서 배운대로 마감정산을 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딱 한번이었지만 빵집 뒤편에 창고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쥐 끈끈이에 잡힌 쥐를 보았을 때였다... 기사님은 예전에 한 번은 쥐가 하반신만 쥐 끈끈이에 붙잡혀서 상반신으로 기어 다녔다고... 결국엔 창고에 있는 삽으로 죽였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끔찍...

 

쓰다 보니 추억이 샘솟아서 생각보다 길게 써버렸다. 그래도 첫 알바치 고는 사장님 부부가 친절하셨고, 아무래도 동네 장사하는 빵집이라서 엄청나게 무서운 진상은 없었다는 점! 유학을 가게 되어서 2년 뒤에 그만둬야 했을 때 참 아쉬워하셨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셨다. 지금은 본가도 이사를 가서 그 빵집에 안 간 지 한참 됐지만 건강하게 계셨으면 좋겠다. 사장님 부부도 제빵기사 언니도 오픈 조 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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