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싫지만 슬슬 이사 관련 포스팅이 시리즈화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할 때가 온 것 같다.
(전 포스팅들은 하단에)
~지난이야기~
꼴초와 단둘이 사는 룸셰어를 견디지 못하고
실내 흡연 금지 조약이 있는 새로운 룸셰어를 찾아 이사한 나.
하지만 새로운 룸메도 꼴초였다..!?
이후 이 새끼가 담배 피우는 걸 두세 번 정도
더 경고했지만 오히려 내가 없을 때 몰래 피고 있는 걸
거실 식탁 위에 담배 가루로 검거하게 됐고,
참다가 결국 부동산에 항의했다.
부동산도 뭐 저걸로 쫓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
'ㅇㅋㅇㅋ우리가 걔한테 말해볼게'라고만 답장이 왔고,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이딴 집구석이 지긋지긋해진 나는
거의 남자친구 집에서 뭉개게 되었고
내 집은 내 물건 두는 창고로 전락해 버림.
그 와중에 저 자식은 인턴을 마치고 즈그 나라로 돌아갔고
두 명의 룸메이트가 왔다.
하나는 꼴초놈 친구, 하나는 뭔 호주에서 왔다는 아재임.
부동산도 솔직히 킹 받는 게 꼴초놈 친구가 이사 올 때는
메일로 새 입주인 왔다고 알려줬으면서
호주아재가 왔을 때는 안 알려줘서,
한동안 나는 나 포함 두 명이서 사는 줄 알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집에 필요한 걸 챙기러 들렸더니
거실 겸 부엌은 담배냄새 때문에 퀴퀴했고
식탁에는 익숙한 담뱃재가 흩뿌려져 있고
재떨이까지 당당하게 올라가져 있었다.
개빡쳐서 거실 식탁에 쪽지로 경고했다.
대충 '여기는 실내흡연 금지고 한 번만 더 발견하면
즉시 부동산에 항의하겠다'라는 내용이었다.
뭐 난 저 집구석에 잘 살지도 않지만
그냥 흡연욕도 못 참는 븅딱새끼가 또 들어왔으니
여기에 또라이 한 명 사니까 조심하라고 경고문구를 남긴 거였다.
그리고 한 일주일 뒤에 다시 필요한 물건을 챙기러 집에 왔을 때,
그 호주아재 놈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걍 눈 마주쳐서 'ㅎㅇ'하고 지나가려는데
딱 버티고 서서
"너가 쪽지 남겼지? 너 나한테 Tu라고 하면 안 되지!"
라고 시비를 털었다.
(프랑스어에서 Tu 는 '너'
Vous 는 '당신'인데
걍 엥간하면 다 Tu쓴다.)
'아 지금 지가 담배 쳐 핀 거는 미안하다고 하기 싫고
말로 꼬투리 잡아서 시비 터는 거?
프랑스에서 6년 구른 뻔뻔함 맛 좀 볼텨?
코리안 타이니 핫 페퍼 걸 매콤새콤 이새끼야???'
싶어서
"엥? 난 대학교에서 교수한테도 Tu 하는데?
나 여기서 6년 살았는데 다 Tu 라고 하는데?"
이러고 존나 우김.
아니 같이 사는 룸메면서 지가 내 보스야 뭐야
먼저 존중받을 짓을 하던가요 이 녀석아
계속 우기니까 그 꼬투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갑자기 나한테 '나 이사 왔을 때 이 집 진짜 더러웠고
내가 다 청소했어. 한참 걸렸어웅엥'
이러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다.
난 여기 살지도 않는데 그럼 부동산이나 전 꼴초놈한테 뭐라하던가
개얼탱이없었음
'엥? 난 여기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내가 여기 집 관리인도 아니고 나도 여기 사는 사람인데
공용 공간이 더러우면 부동산이나 그 전에 살던 애한테 말하던가?'
하고 대답함.
그렇게 실갱이를 하던 와중에 꼴초놈 친구가 다른 방에서 나옴.
솔직히 난 여기서 좀 놀란게
이 순간까지만 해도 나 포함 새로운 입주민 = 호주아재
이렇게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방에서 나온 인도남 라지가 꼴초놈 친구였고
호주아재는 걍 세번째 세입자였던 것이다.
일단 라지랑 자기 소개를 했는데
바로 "하하 쪽지 읽었어 담배냄새가 좀 심했지
앞으로는 거실 말고 방에서 필게 미안해ㅠ"
라고 했다.
이 친구는 그나마 상식적이구나, 싶어서
"호홋 아니야^^ 니 친구도 맨날 거실에서 담배피고
내가 기관지가 좀 안좋아서 너무 급발진 한듯~"
이러고 분위기를 좀 풀었다.
하지만 호주아재는 그 옆에서 민망한건지 뭔지
계속 청소가 어쩌구 궁시렁궁시렁댐.
어쩌라고
어쨌든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내 방에서 밤을 보내게 된 날...
나는 라지 저 새끼도 딱히 나을거 없는 놈이라는 걸 깨닫게 됨.
집 구조상 내 방 창문을 열면 라지 방 창문이 보임.
보라색이 내 방 창문, 파란색이 라지방 창문,
노란색이 거실 대충 이런 구조이다. (빈공간은 바깥)
환기하려고 방 창문을 열었는데 라지 방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담배냄새^^
니 방에서 피면 뭐하냐... 창문 열면 뭐하냐... 어휴....
냄새 맡자마자 두통에 목도 콱 막히는 것 같아서
그냥 짐 싸서 다시 남친네로 튐.
~그리고 대망의 개빡침이 폭발한 날~
이 날도 집에 필요한거 챙기러 들렀고
거실 부엌 찬장에도 필요한게 있어서 거실로 갔다.
그러다가 쇼파 앞에 탁자를 보게됐는데...
ㅎㅎ...
이 쒸벌롬이 내가 아끼는 머그잔을 재떨이로 쓰고 있었다.
빈티지샵에서 산 하리보 그림이 그려진
미니 머그잔이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쎄함을 느꼈다.
집에 와서 내 다른 컵에 물을 담아서 마시고 있었는데
설마...? 싶어서 컵 바닥을 보니
둥둥~ 버드나무 잎을 띄워드린다구요?
이제 그런 고리타분함은 노우~
고소한 담뱃재를 띄워드릴게요^^
이 개썅놈이 온 집안 컵을 다 재떨이로 쳐쓰고
제대로 닦지도 않아서
나는 남이 핀 담배에서 떨어진 담뱃재를
물에 말아 마시게 된것이었다.
내 머그컵은 담뱃재 버리고 빡빡 닦아도
담배 얼룩이 안지워짐.
이쯤되니 진짜 대분노상태가 됨.
너무 화가나면 화가 난 느낌이 안나더군여???
하... 혹시 지 방구석에서 기어나올까 싶어서 앉아서 기다렸는데
나오면 존나 말로 패려고...
조용히 있었는데 인기척은 안느껴져서
장문으로 테이블에다가 영어로 쪽지를 남겼다.
(호주아재, 라지 둘다 불어를 잘 못해서 계속 영어로 대화했었음)
걍 대충 니가 하는 모든 짓거리가
언익셉터블하며 무책임하며
내 컵 얼룩 다 깨끗하게 지워놔
그리고 한번만 더 이딴 일 생기면
부동산에 다 말할거임
이런 내용이었다.
사진이 남아있는 이유는 부동산에 항의하게 되면
증거로 첨부하려고.. 다 찍어둠
여기에는 안 넣었지만
거실 테이블도 담배얼룩이 진짜 심각했다.
이 뒤로 라지하고 면대면으로 대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흡연자인 라지놈 조차도 호주아재는 싫어했다.
알고보니 라지가 호주놈한테 '님 남들도 다 쓰는 컵
재떨이로 좀 쓰지마셈'하고 말 했는데도 씹고 저지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집 구조상 라지 방은 바로 거실 앞이라
호주아재놈이 아침마다 맛있게 담배를 쳐 필 때마다
그 냄새가 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니 나름 괴로웠던 것.
하지만 난 동정하지 않아
니도 담배 피잖아 간접흡연도 참으셈
쪽지를 남긴 후로 라지도 호주아재한테 뭐라고 한 소리한 모양인지
한동안은 지 방에서만 담배핀다고 하긴 했다.
(이러나 저러나 실내흡연하는건 똑같다)
하지만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재떨이는 다시 당당하게
거실 부엌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현재까지도 변함없다.
근데 저 뒤로 지가 한 짓이 찔리긴 했는지
나만 마주치면 뭔 집주인 마주친 세입자마냥
허겁지겁대면서 거실을 치우기 바쁘다.
아무튼 이제 흡연자와의 동거는 지긋지긋해졌고,
저 집 계약도 이미 3월 말에 끝나서
학기가 끝나는 대로 이사를 하려고 계획중이다.
한 6월 중순쯤.
집은 3학년 마치고 한국으로 아예 돌아가는 언니네 집을
내가 받아서 살기로 했다.
이미 집주인과 컨택도 해둔 상태고,
이미 집 물려받아본 경험도 있으니 이것저것 유의해서
입주할 생각이다.
이번에 이사 갈 집은 굉장히 조용한 곳이라고 하고,
결정적으로 혼자 살 곳이니까
제발 이제 저 집에서 공부 마칠 때까지 쭉 살았으면 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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